유은희(시인, 완도 청산도 출생)

바닷가 외딴 집 만득이

쉰 넘도록 장가도 못 갔네

마을 상여 앞장 메고 인디끼, 인디끼,

농악 패 깃발 들고 인디끼, 인디끼,

지나가는 똥개에게도 넙죽 인사했네

여자애들은 아랫길로 달아나고

남자애들은 숨어서 돌멩이를 던졌네

마을 소를 찾아 뒷산 오른 만득이

메아리만 두어 번 내려 보냈네

청보리 길 활짝 열어두어도

외짝 고무신만 내려왔네

검은 옷의 새들이 서둘러 조문 왔네

저녁 해는 만득이네 담장으로 막 조등을 켰네

철썩철썩 섬 기슭을 치는 고삐소리

밤새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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