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교(현)완도군 문화관광해설사, 전)완도군청기획예산실장)

<지난호 계속>

연동리 마을에서 상정리 마을까지 거리는 약 6km 쯤 되는데 회룡리 마을 건너편 장승거리 쉼터 앞을 지나갈 무렵에 배탈 증상이 나타나서 용변을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과음을 했으니 아마도 뱃속이 놀랐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길을 가다가 쉬어가는 회룡리 마을 앞 장승거리(장석거리)쉼터에 화장실이 없으므로 손씨는 인근 밭 언덕 밑에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손씨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화장지도 없고 겨울철이라서 화장지를 대신할만한 어떤 물건(풀이나 돌멩이 등)도 없어서 주변을 살펴보다가 좋은 대책을 생각해냈다.

수출품 김을 위판하고 받아 온 돈다발이 궤짝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안 손씨는 아무런 생각없이 500원짜리 지폐 3~4장을 꺼내서 화장지 대신 사용했던 것이다.​

이렇게 상정리 마을 손○○씨가 볼일을 보고 지나간 뒤 해질 무렵 이곳에서 강아지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강아지들은 주변에서 발견된 500원 짜리 지폐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툼을 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큰 개들이 뒤늦게 나타나 개판을 정리하고 5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물고 마을로 돌아왔다.

당시의 최 고액권인 50원짜리 지폐를 강아지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툼까지 버리고 큰 개들이 물고 다닌 것은 화폐의 가치보다도 더 값어치가 있는 인분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완도에 가면 강아지(개)도 500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사용됐다.

한편 김(해태)을 일본으로 수출할 당시에 완도지역 주민들은 어업소득이 높아서 자녀들을 도회지로 유학 보낼 수 있었으며, 다른 ​농촌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는 완도지역의 경제적 상황을 "완도에 가면 강아지도 500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 라고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에 전복산업 발전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완도지역 경기를 빗대어 " 완도에서는 강아지도 5만원 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 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해양수산·관광 일번지요 모두가 행복한 희망완도는 지금 1200년 전 장보고 시대의 찬란했던 청해진의 부활을 꿈꾸며 바다로·세계로·미래로 힘차게 달려 나아가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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