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종(전 군외면 번영회장, 백세신문에 기고)

열일곱 곱던 얼굴 착하고 여린 마음

소리 소문 널리 퍼져 아는 사람 앞다투어

중매한다 드나들며 사립 문턱 다 닳을적

중정 없는 우리 아배 술 몇 잔 얻어먹고

중신애비 꾐에 빠져 나를 섬에 보내놔서

이 팔자가 되었으니 참으로 원통쿠나

시집 온 지 한 달 만에 서방님은 군대 가고

열 식구 거두면서 눈물로 살아가니

땀에 젖은 삼베 적삼 마를 날이 없었다네

섬에 보낸 딸년 소식 3년 뒤에 들은 부모

밤마다 싸우면서 서럽게 울었다네

미안해서 울었다네 땅을 치며 울었다네

 

서방님이 제대하며 좋은 세상 올 거라고

학수고대 바랐더니 이런 일이 또 있단가

제대한 날 그날부터 주색잡기 흠뻑 빠져

날 가는 줄 모르면서 애간장을 다 녹이네

바랄것이 없는 세상 어찌 살란 말이더냐

나보다 못한 사람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도망가려 작정하고 봇짐 싸서 옆에 끼고

혹여 누가 볼까 싶어 조심조심 숨죽이며

나루터에 도달하여 사방눈치 살필 적에

삿대 들은 뱃사공놈 험상궂게 생긴 꼴이

찡그리는 엄씨보다 더 무섭게 생겼더라

도망간 걸 눈치 채고 나를 그냥 붙잡아서

집으로 보낸다면 내 팔자는 어찌 될꼬

 

지레 짐작 질려 발길 돌려 돌아와서

행색 않고 살아갈 때

옆집 살던 아짐들이 젊은것이 안쓰럽다

나를 불러 위로하네

설운 삶을 달래줄 때 한참을 울고 나면

친정집 언니마냥 깊은 정이 흐르더라

이웃집 아짐들과 속마을을 털어내니

서로가 친구되어 오순도순 살아가니

이보다 좋은 형제 세상에 또 있을까

 

한해 두해 세월 흘러 나이가 늘어가니

정다운 우리 친구 하나 둘씩 떠나가네

아들따라 객지 가고 병들어서 저승가고

이제 몇 명 안 남았네

친구들아 형제들아 우리 동네 이웃들아

우리 사는 동네에도 저승사자 다닌단다

셋이 다닌 저승사자 괴팍하기 짝이 없어

잡혀가면 이 세상과 마지막 하직이다

저승사자 만나거든 주먹으로 내리치고

왼발로 걷어차서 멀리 멀리 내쫓아라

몇 명 안 된 친구들아 우리 오래 같이 살자

젊은 시절 겪은 설움 어찌 잊고 갈 수 있냐

 

이장님아 이장님아 우리 동네 이장님아

누집 엄매 죽었다는 슬픈 방송 하지마라

좋은 세상 이제 만나 웃음 웃고 살만 할 때

저승 간단 생각하니 분하고 원통쿠나

같이 살던 친한 친구 보낸 마음 서럽단다

모진 세월 지나가고 좋은 세월 돌아오니

모진 놈의 팔자라서 저승길이 가깝다네

친구들아 형제들아 우리 동네 이웃들아

우리 한번 이별하면 언제 다시 만난단가

살아있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살다가세

불쌍쿠나 우리 인생! 애닲구나 섬아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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