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어가 탐방 ---청산도 한바다수산

▲ 한바다수산 김송기 대표는 청산도에 전복 가두리 양식기술을 최초로 시도하고, 타 어가들에게 전수한 ‘전복 양식기술 개척 1세대’다.

“수확 철에 가장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죠. 청산도 전복은 품질면에서 최고를 자랑합니다”

온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이 모두 푸르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섬, 청산도. 청산도는 일개 섬이 아닌 느림의 미학을 간직하고 있는 슬로시티로 잘 알려져 있다.

청산도는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달팽이만큼이나 느린 전복과 뿔소라가 많이 나는 곳이다. 느릿느릿 여행도 즐기고, 청산도 바다가 선사하는 싱싱한 맛도 즐길 수 있는 청산도.

이곳에서 20여 년째 전복 가두리 양식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청산도 한바다수산’ 김송기 대표.

그에게 청산도와 청산 바다는 자신의 탯자리이자 삶의 터전이다. 청산도에서 나고 자라, 광주에서 대학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전복 양식업에 뛰어든지 20여 년. 현재 그는 가두리 양식장 1,000 칸을 소유하고 연소득 2억 원 이상을 올리는 전복 양식의 대가로 우둑 섰다.

친환경 전복 양식기술 개척한 1세대

전복 가두리 양식장 규모로 보면 청산도 내에서 2~3번 째 라면 서운할 정도이지만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겸손을 보이는 김송기 대표다. 그러나 양식 규모보다는 그가 현재의 청산도 친환경 전복 가두리 양식기술을 최초로 시도하고, 타 어가들에게 전수한 ‘전복 양식기술 개척 1세대’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년 전 고향 지리에서 저를 포함한 5개 어가가 함께 전복 가두리 양식을 처음으로 시도했어요. 성공한 케이스였죠. 그 후 청산도내 타 어가에 양식기술을 보급했어요”

현재 전복 가두리양식 기술이 대중화하기까지 선구자들의 피와 땀이 어린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두리 양식에 기계화‧자동화 도입

가두리 양식 초기, 기술과 노하우가 전무하던 시절, 그는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통해 전복 양식 기간 단축과, 수작업으로 하던 먹이주기와 선별작업을 크레인과 선별기를 이용하는 단계로 기계화, 자동화를 이루어냈다.

“1990년 광주에서 고향 청산도로 귀향을 했어요. 그 때는 모든 작업을 거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었죠. 전복 양식업에 뛰어든 후 힘들고 고된 나날을 보냈어요”

김 대표는 귀향 초기 고향 지리에서 작은 김 가공공장을 운영하다가, 무궁무진한 수산자원을 보유한 더 넓은 바다로 눈을 돌렸다.

전복 양식업을 시작할 당시 소규모였던 양식장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장비가 현대화 되면서 투자의 연속이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수확의 뿌듯함을 만끽하면서, 청정바다에서 친환경 전복을 생산한다는 데에 큰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바다는 정직하고 노력한 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진리를 알고서 열심히 노력해 온 김 대표다. 그러다 보니 타 어가보다 다소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

“수확 철, 품질 좋은 전복을 많이 수확해 매출을 많이 올릴 때면 가장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죠. 청산도 전복은 질 좋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라 품질면에서 최고를 자랑합니다”

청정바다 지키기 몸소 실천

“해양쓰레기로 바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합니다. 삶의 터전인 우리 바다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보존하고, 또 후세에 물려줘야 합니다. 바다위에 떠다니는 해양쓰레기는 99%가 플라스틱류입니다. 작업시 바다에 쓰레기 안버리기, 또 물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져 올려 뭍으로 가져오는 캠페인을 벌여야 합니다”

어릴 적 해양쓰레기 찾아볼 수 없는 푸르디 푸른 고향 바다를 바라보며 자란 김 대표는 바다에 해양쓰레기가 떠다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쓰레기를 안버리고, 또 쓰레기를 건져 올려 뭍으로 가져오는 일을 직접 실천하면서 청정바다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민들이 수확하는 수산물을 ‘땀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듯 어민들이 땀과 노력으로 힘들게 키우고 수확한 완도 수산물에 ‘청정바다 완도산’이라고 당당하게 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전복 가공식품 개발해야

김 대표에게 완도 전복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전복 가공식품을 다양화 해야 합니다. ‘패류의 황제’라 불리는 전복은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식사대용, 간식거리로 개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전복빵이나 전복떡, 전복비스킷, 전복수프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어가 소득을 올려야 합니다”

완도군 내에서 기존 몇 가지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김 대표가 생각하고 있는 수준의 제품이 아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향후 자신이 다양한 전복 가공식품 개발에 직접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슬로시티‧관광객 유치 기여한 청산도 지킴이

김 대표는 고향을 지키며 청산도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청산도 지킴이’다. 슬로시티 사업추진 당시 사무국장을 맡아 청산도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인증과 ‘세계슬로길 1호’를 지정받는데 크게 기여했다.

슬로시티 행정기관에 “청산도 고유의 전통과 느림의 미학이 반영된 전통방식으로 추진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완도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완도 수산물의 우수성을 홍보와 관광객 유치에 최선을 다해 지역경제 활성화, 어촌 소득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2017년 새어업인상과 2018년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매년 4월 개최되는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를 초기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축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기여했다. 그런 애정 탓인지 그는 첫 회 축제때 사용한 홍보물을 아직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어 창고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또 지리의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느린섬 여행학교’에서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면서 관광객에게 슬로시티 청산도의 맛과 멋을 알리고 있다. 특히 해조류와 농수산물을 활용한 ‘느린밥상’ 식당 메뉴를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내 고향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석을 다듬듯이 잘 다듬어 널리 알리고, 고향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일했다”고 말하는 김 대표의 말에서 진정한 고향 사랑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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