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 편집국장

요즘 완도 저자거리가 좀 소란스럽다. 제주-완도 간 변환소 건립 문제 때문이다. 이 소란스러움의 불씨는 꽤 오래 전에 뿌려진 것이다. 그런데 시중을 시끄럽게 만든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토론은 일순 멈추고, 대신에 설(說)과 근거가 불확실한 주장들만 갈수록 무성히 번지고 있다.

이런 중에 또 다시 변환소 및 고압송전탑 건설 반대 범 완도군 대책위원회, ‘완도-제주간 #3 HVDC사업 완도주민대책위원회’에 이은 ‘완도를 지키는 마을연대’라는 제3의 단체가 발족돼 새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반성해야 할 주체들이 많을 터이지만 무엇보다도 더 이상은 군의회가 이 문제를 피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환소 건립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우리지역을 온통 뒤덮고 있는 시기에 군의회가 한가롭게 외유나 나섰을 때도 참았다. 한 두 명의 군의원을 제외하고 변환소를 둘러싼 심각한 갈등 앞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할 때도 참았다. 하지만 앞으로 그들의 태도가 앞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군민들과 더불어 더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각오를 단단히 다지는 중이다.

현재의 상황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이 현안의 논의를 이끌어왔던 단체가 스스로 대표성 문제를 스스로 해소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대표성 문제는 최근 발족한 제3의 단체나 앞으로 나올 개연성이 있는 4, 제5의 단체에게도 피할 수 없는 멍에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처음부터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 군의회 내에 논의의 멍석을 깔자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안해왔던 것이다.

몇몇 단체의 지도자와 활동가 스스로가 결성한 대책위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든,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도출하든, 논의에 참여하지 않거나 못한 대다수 지역주민들이 임의단체 뜻을 그대로 수용해 따를 것이라고 믿었다는 말인가.

몇몇 사회단체 대표들이 단체 내부 토론과 결의 등의 절차 없이 개인적으로 참여해 ‘민간사회단체 총의’나 ‘지역주민 민의’로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이 틀렸다. 그런 건방과 오만함, 하루라도 빨리 버려야 진정한 토론의 활로가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한전의 변환소 문제를 논의 이전에 결론부터 내려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재앙을 부를 수도 있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환경은 일회용품이 아니다. 피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바다, 오늘의 청정함을 아껴야 할 일이다. 변환소를 설치한 이후 우리 앞에 어떤 문제가 새롭게 대두될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환경 침해는 본디 고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보다는 과실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걱정을 키우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피할 수 있다면 해저송전선로가 완도 청정해역을 관통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

아직 진정한 논의조차 안 돼 섣부른듯하지만 혹여 주민 동의를 얻어 사업을 진행하게 되더라도 유럽연합이 환경 관련 입법의 3대 기본원칙으로 지키고 있는 사전 예방의 원칙, 발원지에서의 환경오염 통제 원칙, 원인 제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철저한 통제와 감시체제를 갖추고 이를 약정문서화 할 것을 완도군을 대표하는 관계자들 모두에게 당부 드린다.

마지막으로 민간사업자인 한전도 군사독재정권 시절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하는 것은 절대 못 막는다’는 고압적 태도를 버리고, 지역민의 마음 그대로 현안을 공정하게 바라보길 권한다. 일단 파괴되면 사실상 완벽하게 복구할 수 없는 것이 ‘환경’이라는 것을 그대들이 더 잘 알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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