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 수필가‧빙그레식당 대표

오래 전 이야기다.

항간에 유행했던 이 말은 목욕탕에만 가면, 들을 수 있는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훌륭한 아들은 국가 아들이고, 돈 잘 버는 아들은 장모 아들이고, 못난 아들이 내 아들이다"

그런가 하면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말도 있다.

돌아보니 정말 그렇다. 공부 잘 하고 똑똑한 아들들은 부모 곁을 떠나 먼 타국에 가서 이름을 떨치기도 하고, 돈 잘 버는 아들들은 처가를 잘 만나 친가보다는 처가 쪽에 더 가까운 아들들도 있다.

그러나 꼭 못나서가 아니고, 못난 나무여서가 아니라 돈 없고 부모를 떠나지 못한 정 많은 아들들은 부모를 모시고 산다. 첫째건 둘째건 셋째건…

작년 늦게 심은 양파가 아무래도 양파 노릇을 못하게 생겼던지 몇 번을 둘러보시던 아버지는 “어째서 양파가 틀린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갸웃 하시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속마음은 “워메 어짜까! 내 첫 농사인데…. 하나님! 내 양파 좀 잘 자라게 해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보다는 거의 땡강을 부리듯이 “하나님! 내 양파 좀 잘 자라게 해주세요!” 그러다가 몇 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아버지께서는 거름도 주고 풀도 매주고 정성을 다하셨지만 영 시원치가 않았다.

그런데 오월이 지나고 6월이 되었다. 다른 집 양파들은 수확을 하지만 우리 양파는 아직도 파란 색깔을 띠우고 장하게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오늘 아침 아버지께서는 “아이고 배린 자식이 효도한다더니 양파가 짱아찌는 할 수 있겠다” 그러신다. 그 말을 들은 내가 깜짝 놀라 반가워하며 “아버지! 정말 쓸만하겠어요?” 들여다보니 정말 조금씩 자라서 이제는 양파 값을 할 모양이다.

아버지 말을 들으면서 쿡쿡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양파가 잘 자라 좋기도 하지만 아버지 말이 더 재미있어서다. 어제는 풀이 많이 자라서 풀매기 작업을 하다가 남편이 심어 놓은 딸기나무 모종을 몇 개나 뽑아 버렸다.

뽑으면서도 “이것은 조금 이상하게 생겼네?”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보시고 “아이고 이것은 딸기나무 아니냐? 알아야 면장을 하제” 하시면서 기가 막혀 하셨다.

나는 죄 없는 남편에게 “왜 하필이면 풀밭에다가 딸기나무를 심었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래도 다 뽑지는 않았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어찌 되었든 좌충우돌 농사초보는 날마다 사고 치다 판나고, 농사 전문가이신 아버지께서는 매일 아침 농사초보인 딸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드나들기 편하시게 아예 열쇠를 드리고 출입하시라고 했더니 집주인보다 더 자주 열심히 밭농사를 지으신걸 보면서 건강하게 더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아버지께서 일궈 놓으신 조각이불처럼 예쁜 우리 집 밭을 보면 눈물이 난다. 연약하신 몸으로 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계신걸 보면 또 속울음이 난다.

“아버지! 우유 드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따뜻한 말이라야 몇 마디 되지도 않지만 매일 아침 밭에 나가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땅을 일구어 가는 과정도 내 인생의 새로운 반전이다.

“몇 조금이나 갈까?” 나의 농사에 대해서 아버지나 내가 갖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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