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 완도군청(전복소비촉진대책본부)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이 수족관 유리벽에 붙어 있는 전복을 보고 “전복은 어디에 좋습니까?” 묻자 식당 여주인이 “보양식이라 몸에 다 좋제라우~”고 하는 일문백답에 더 이상 질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몸에 다 좋다”는 전복의 먹이는 더 특별하다. 완도바다에 풍부한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크는데 미역과 다시마의 끈적끈적한 점질이 암세포(특히 소화기계통) 증식을 차단하는 “후코이단”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100세 시대를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식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패류의 황제로 불리는 전복산업이 요즘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내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김영란법 시행에다 주 소비처인 대형마트나 식당가에서는 작은 전복만 찾고 있어 2년 이상 키워 놓은 전복들이 아직도 가두리에 남아 있다.

공직자들이 전복소비촉진 판촉행사에 팔을 걷고 나선지 20여일 째, 실과별로 팀을 짜서 송정역에서 용산역에서 대형 산단을 찾고 부산시청, 각 구청을 방문하고, 읍면에서는 향우회와 자매결연 도시를 찾아가고, 광주 야구장을 찾아 가는 등 미봉책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5월 18일 기준, 택배주문과 읍면 출하량을 포함하면 800톤 넘게 가두리에서 출하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5월말까지 1,000톤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 같다.

전복 폐사량이 심각했던 2014년까지만 해도 가두리 한 칸(2.4m×2.4m)에 70~80%까지 전복이 죽어 나가는 어촌계들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폐사원인과 규명이 최대 이슈가 되었다. 조류소통 불량과 먹이과다가 원인이라는 것을 찾아내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동군수실을 가동하여 남해수산연구소(김병학박사)와 함께 가두리 현장을 돌고 마을회관을 찾아다니면서 어장관리요령을 지도하고 가두리 신규면허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단 2ha만 면허가 승인됐다, 양식시설 현대화사업은 가두리시설을 신청한 사람은 사업자 선정 시 후순위로 선별하여 선정자 90명중 6명 정도만 시설지원을 받았고 올해는 아예 배제를 시키는 등 가두리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시켰다. 상황이 호전되기 전까지는 면허면적과 가두리시설은 계속 통제 할 것이다.

5월 이쯤이면 출하 시기가 집중되고 소비특수도 끊길 때라 생산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기다. 할인행사로 선물용 큰 전복과 식당가에서 찾는 작은 전복은 그나마 소비되고 있지만 소비처가 없는 중간전복은 여전히 가두리에 남아 있다. 이럴 때 정부수매가 절실한데 계절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심하고 계획생산이 불가능한 오징어, 갈치, 명태, 조기, 고등어, 멸치, 꽁치만 수매하고 계획생산이 가능한 수산물들은 품목에서 제외되어 있어 수매마저 힘든 상황이다.

언젠가 한번은 홍역을 치러야 할 전복산업의 위기, 그때가 지금인 것 같다.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고통이 있어야 한다. 행정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행정을 펼쳐야하고, 종묘업체는 단가 재조정에 협조해야 하며, 생산자들은 적정량 입식과 시설량을 다시 조절해야하고, 유통은 거래사이즈 단계축소와 마진을 재조정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데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남의 일처럼 하늘만 쳐다본다면 내년에는 쓰나미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 매생이 사주기에 솔선했던 완도광어양식협회 회원들이 이번에도 전복할인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과거에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동병상련이 더 애틋한 것 같다.

공직자들의 판촉활동과 할인행사를 통하여 가두리에 적체된 물량들이 예상 외로 많이 빠져 나가고 있다고 한다. 판매목표량 1,000톤이 생산자들에게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아직 가두리에 남아 있는 물량에는 분명 파급효과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시기에 대안도 없이 비판만 쏟아 낸다면 힘들고 지쳐있는 생산자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위기의 전복산업은 생산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악화되면 지역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은 위로와 동참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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