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종(시인․완도문협 회원)

잔을 비우며

마음을 비운다.

 

잔을 채우며

빈 마음을 또 비운다.

 

허공에 건배하며

바닥난 마음을 다시 비운다.

 

눈에 밟힌 당신을

빈 마음에 소복소복 채운다.

 

그리고

마음에 가득 찬 당신을 두고

지우개를 꺼내 당신 그림자를 지운다.

 

머리가 하얗다.

밤새 머리카락이 울어 하얗다.

 

하얀 소복을 입고 당신이

마을에서 함께 운다.

 

마음이

당신 따라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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