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완도지역자활센터장

연일 계속되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우리의 일상이 돼버린 요즘, 혼란과 실망으로 온 국민들은 분노와 경악을 넘어 허탈감과 상실감을 안고 시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아름다운 공동체’인 우리 완도지역자활센터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조촐한 송년행사를 갖기 위해 전년도 사업 매출에서 발생되는 자활 활성화 기금을 쪼개어 1박2일의 송년행사를 계획하여 지자체의 승인을 필한 후 삶의 터전인 완도를 벗어나기로 했다.

주제를 ‘감사를 통한 힐링(healing: 치유)’으로 세우고, 출발하면서 저녁에 있을 친교시간에 한 사람씩 발표하도록 감사할 일을 찾아 기록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추위가 데려온 세찬 바람과 첫눈(진눈깨비)은 오히려 우리 가슴에 불을 지펴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처럼 뜨거움과 설렘 그리고 두근거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갈 수 있는 일터가 있는 것에 감사”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주는 산천초목이 있어서 감사”

“자활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존감이 회복되어 감에 감사”

“시어머니가 쓰러지셨는데 그곳이 교회여서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음에 감사”

“힘들 때는 창가에 비치는 햇살마저 싫었지만 자활에서 일을 하면서부터 웃음과 기쁨이 회복되어 감사”

“아들이 대학 다니다 아이를 낳아 와서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아 현실을 부정했으나, 그 아이를 보면서 마음을 바꿔 현실을 인정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음에 감사”

또 제3국을 통해 대한민국에 온 북한 출신 참여주민은 많은 감사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주민등록증이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그 말에 뭉클함으로 숙연해져 뜨거운 박수로 함께 감사할 수 있었다.

모두가 참여한 감사얘기로 배꼽잡고 웃기도 하고 숙연해져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다보니 분위기는 온화해지고 긍정적인 언어가 넘쳐 나면서 우리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말하지 못한 나의 감사는 “아름다운 공동체에서 희망을 키워가는 여러분이 있어서 감사”이다. 참여주민들이 감사할 때 그 감사와 나눔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으리라.

어제 불던 그 세찬 바람과 진눈깨비가, 버스 안에서 정신없이 불러대는 품바 옷차림의 뽕짝이, 술 취해 “나 낼부터 자활 안 나올껀께…”하며 투정하던 반전의 사나이 외침도, 창가에서 노랗게 비치는 햇살도 우리 마음의 무거움과 아픔을 치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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