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수 완도군보건의료원장

▲ 모스크바 성바실리성당

7월 30일 대장정 팀은 버스로 중국 훈춘-러시아 크라스키노 국경을 넘어 연해주 일정을 시작하였다.

크라스키노에 도착하여 ‘단지동맹’ 재연행사를 했는데, 그 곳에 안중근의사의 조카 손녀인 안라이사 여사가 찾아와 행사장이 숙연해졌다. 이후 블라디보스톡에서 일제강점기 연해주 한인 집단 거주지인 ‘신한촌’을 방문하고, 우스리스크에서는 ‘발해성터’와 독립운동가 ‘최재형 생가’를 방문하였다. 연해주 일정을 마치고 우스리스크역으로 이동하여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열차를 기다렸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9,288km 구간으로 극동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여 총 7일간 164시간을 달려 종착역인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대장정 팀은 우스리스크역에서 시작하였고, 열차여행을1구간은 ‘우스리스크-이르쿠츠크’, 2구간은 ‘이르쿠츠크-모스크바’ 2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철도 내부는 크게 객실, 식당 칸, 승무원실,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는데, 객실의 종류에는 6인실(플라츠카르타), 4인실(쿠페), 2인실(륙스)이 있다. 대장정 팀은 4인실 쿠페의 열차 4량을 모두 빌려 생활하였다. 필자는 아픈 학생들을 치료했고, 학생들은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학습과 토론, 진로특강, 나만의 책쓰기 등을 진행하였다.

러시아 승무원들은 2인1조로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는데, 승객의 각종 편의를 제공하여 나름 권력을 가지고 있어 종착역에 내릴 때 까지는 잘 보여야 했다. 실제 기분이 나쁘면 에어콘을 꺼버리고 충전을 못하게 하기도 했다.

8월 1일 새벽 1시40분 우스리스크에서 출발한 횡단열차는 3일을 달려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였다. ‘바이칼 호수’는 한민족의 시원으로 ‘순록 민족기원설’에 따르면, 순록을 뜻하는 '코리(khori)'가 고구려나 고려가 되었는데, 호수 동쪽 순록 유목민이 동쪽으로 이동하여 정착하였다는 것이다.

8월 6일 새벽 1시45분 드디어 이르쿠츠크역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마지막 4일간의 열차여행이 시작되었다.

8월 9일 대장정 13일차에 드디어 모스크바역에 도착하였다. 도착 시 환희가 있었지만, 필자는 여행이 마무리되는 아쉬움이 더 컸다. 모스크바의 대표 여행지는 붉은광장과 크렘린궁이다. 그 중에서 붉은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은 1560년 이반 4세의 정복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비잔틴양식의 건축물로 47m 높이의 중앙첨탑을 비롯한 8개의 탑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유명한 건축물이다. 실제로 보니 만화속, 애니메이션의 한 컷 같았다.

세상에는 ‘횡단열차를 타본 여행자와 그렇지 못한 여행자’ 두 부류가 있고, 시베리아 횡단 여행의 맛은 '철도'에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여행을 통해 ‘타본 여행자’와 ‘철도의 맛’을 보았다. 모스크바까지 밤낮을 달리는 4인 1실의 좁은 객실에서의 시간은 광활한 시베리아의 대륙의 멋진 풍광을 보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나만의 시간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연해주의 독립운동가 생가, 발해 성터, 민족의 아픔이 있는 횡단열차, 한민족의 발원지 바이칼, 그리고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학생들과 함께한 유라시아 대장정의 감동을 필자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열차 속에서 꿈을 안고 달렸던 전남 고교생 120명의 후배 학생들이 멋진 미래 세대의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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