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수 완도군보건의료원장

▲ 신경수 완도군보건의료원장

지난 6월 9일 세종시 보건복지부에 출장을 가던 중 전남도청 보건의료과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남의 120명 학생들이 15박 16일의 유라시아 횡단 교육 프로젝트가 있는데, 의료진으로 동행할 수 있나요?”였다. 그렇게 16일간의 동행은 시작되었다.

선발된 학생들은 전남의 고교 1학년으로 각 학교에서 1~2명으로 총 120명이었고, 완도에서는 완도고, 노화고, 고금고, 약산고, 금일고 학생 각각 1명씩 참여하였다. 교육감이 전체 일정에 직접 참여하였고, 운영진은 교사, 방송팀(KBS, MBC등), 의료팀, 멘토 교수진 등 약 40명이었다.

올해 2회째인 ‘전남 시베리아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는 유라시아를 열차로 횡단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여 ‘글로벌 리더’로 키우자는 전남 교육청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의료진은 의사와 간호사(보건교사) 2명으로, 환자는 매일 10~15명으로 실신, 탈수, 복통, 외상 환자 등 다양했고 여행 중간에 귀국까지 고려한 학생도 있었다.

전체 일정은 인천출발-중국 대련(다렌, 大连)-여순(뤼순, 旅順)-연길(옌지, 延吉)-러시아 블라디보스톡-우수리스크-시베리아횡단열차1구간(3일)-이르쿠츠크시베리아횡단열차2구간(4일)-모스크바-인천도착이다.

7월 27일 도교육청에서 출정식을 가진 대장정은, 다음날 1시간의 비행으로 인천을 출발하여 중국 대련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중국 요동성 대련시(안중근 여순감옥, 관동법원, 7월 28일)는 “코레아 우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외친 러시아어로 “대한 만세”이다.

대련공항에 도착 후 다시 한 시간 반을 버스로 이동하여 안중근의사가 순국했던 여순감옥에 도착했다. 감옥 입구에서부터 서늘함이 느껴졌다. 학생들은 안중근 의사 영정에 경건한 마음으로 헌화하고 단체로 애국가를 불렀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사형장을 돌아보고 애국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토론하였다.

이후 버스로 1시간을 달려 안중근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관동법원을 방문했다. 6번의 공판 끝에 일제의 사형선고를 받았던 현장에서 학생들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 역할을 하며 ‘모의재판’을 직접 진행하였는데, 안중근 의사가 무죄로 선고되자 모두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는 것으로 관동법원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명동촌 윤동주 생가, 7월 29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영화 ‘동주’에서도 소개되었던, 윤동주의 시 「자화상」의 한 구절이다.

대련에서 1박을 하고 대련북역에서 고속열차(우리나라의 KTX)에 올랐다. 길림성 연변자치주 연길서역까지는 약 1,100km로 시간은 약 6시간 반이 걸렸다. 도착 후 다시 버스로 1시간 반을 달려 용정시 윤동주 생가에 도착하였다. 정문을 들어서면, 윤동주의 시가 새겨져 있는 많은 시비가 있는데 그곳을 지나 내려가면 안쪽에 윤동주가 태어나고 자랐던 생가가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단체로 ‘자화상’, ‘별 헤는 밤’, ‘서시’를 낭독하고, 윤동주의 시가 새겨진 시비를 읽으며 토론하였다.

생가에서 영화 ‘동주’가 자꾸 겹쳐 생각났다.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일제강점기 젊은 지식인으로 부끄럼 없이 살기를 소망하던 윤동주가 떠올라서인지 필자는 ‘자화상’을 여행 중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시를 읽으며 나 또한 나약한 모습의 부끄러운 ‘자화상’은 아닌지 되돌아보았다.

항일의 역사 현장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저항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학생들을 보며 함께 동행한 선배로서 자랑스러웠고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남 교육청이 놀라웠다.

/다음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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