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도 숙제도 없는 학교,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으며,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를 상상해보라. 시험도 숙제도 없는 학교,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고 하기 싫을 때까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학교를.

 청소년기에 우연하게 영국의 썸머힐 학교를 소개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천국의 학교를 그려놓은 듯 비현실적인 이 학교를 동경하며 사랑에 빠졌었다. 니일(A. S. Neill)의 교육적 이상을 실천하는 그런 교육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당시에는 교육적 이상을 실천한 니일이 그토록 궁극적으로 실현코자 했던 신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게 하는 이른바 요즘 말하는 ‘열린교육’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그로부터 약 30년의 세월이 흐른 최근에 다시 썸머힐 학교를 떠올리게 됐다. 지난 6일 오전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청해예술제 자리에서였다. 청해예술제란 관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방과후학교 활동을 통해 배운 음악과 무용, 그림 등 예능활동을 공연과 전시하는 연례행사이다.

 이날 선 보인 무대공연을 1부 16팀, 2부 17팀 등 33개팀이었으나 그 중에서 겨우 1부 10개 팀의 공연만을 보았다. 아이들의 공연 수준은 전국 규모의 예술경연대회와 비교하자면 서툴고 부족함도 드러나 보였다. 하지만 무대 위에 선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은 놀랍게도 썸머힐 아이들을 연상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자신감과 당당함이 물씬 풍겼던 군외초 관악대와 상쇠의 실수를 받아 대신 이끌 줄 알았던 보길중 사물놀이팀, 앙증맞은 손짓과 발짓으로 예쁜 무대를 펼친 신지초 발레팀이며 리더의 끼와 지도력이 돋보였던 노화중앙초 6명의 설장구팀. 설익은 연주에도 행복해하던 보길초 우크렐라팀과 9명이 한 호흡으로 화려한 음악줄넘기 무대를 선보인 넙도초 음악줄넘기팀에 이어 장구채가 날아가도록 힘차고 열정적인 공연을 펼쳐 무대가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를 받은 소안병설유치원의 사물놀이팀.

 또 있다. 30센티미터 이상의 키 차이를 극복하고 훌륭한 댄스 무대를 선보인 노화초의 차차차 공연이며 진지하게 수준급 연주를 마친 청해초의 바이올린팀. 판소리와 사물놀이를 버무린 노화중 8명의 사물놀이팀까지.

무대 위에서 그들은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객석의 청중들도 그 어떤 공연보다 큰 감동을 만끽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할 수 있는 교육, 바로 이런 것이 참교육이고 열린교육이 아닐까. 순간 물밀듯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33개 팀이 출연한 청해예술제 진행 중 다음 일정을 핑계로 자리를 뜨면서 남은 팀들에게 못내 미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고마웠고, 미안했다. 내년 청해예술제에는 마지막 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꼭 자리를 지키고, 더불어 맘껏 웃을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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