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 완도군 주민복지과 주무관

청년실업이 우리사회 최대의 화두로 자리잡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무원 시험 매달린 결과 매년 시험 경쟁률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그렇게 꿈꾸던 공직현장은 그렇게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다. 박봉은 차치하고라도 악성 고질민원으로 인해 공직에 대한 심한 회의를 갖고 공직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공직자 대다수는 민원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려하고 민원부서에 배치되면 배치되는 순간 민원이 덜한 부서로 떠나기 위해 안달이 난다.

내가 근무하는 주민복지과 통합조사팀은 대표적인 민원부서중의 하나이다. 사례를 통해 공무원들이 얼마나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통합조사팀에서는 기초수급자를 포함하여 사회복지급여 대상자를 조사, 선정하는 일을 하며 매년 2회 전체 복지대상자에 대한 확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확인조사를 앞두고는 잠도 오질 않는다. 확인조사 기간에는 업무시간 내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전화와 상담민원으로 자리도 비우질 못하는 형편이다. 수급자 중 급여가 중지나 감소된 민원인들은 욕설은 기본이다.

공무원 직렬에는 행정직, 세무직등 다양한 직종이 존재한다. 공무원이라 하면 모두들 안정되고 편한 직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달리 사회복지공무원은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고통을 받고 있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자조모임인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에 따르면 전국에 사회복지공무원은 약 만 6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금년에 만성질환 등 장기 입원으로 사회복지행정연구회에 병원비를 신청한 직원들이 최근 1년간 60여명에 이르러 회비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병원비가 바닥이 났다고 한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이 각종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사회복지관련 공직자들의 직무환경은 심각하기 짝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한 언어폭력은 다반사고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처럼 수급자로부터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지는 공직자는 없지만, 각종 흉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직원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수급 대상자분들은 어느 날 갑자기 대상자에서 제외되거나 예상자로 선정되면, 생존에 위협을 느낄 것이다. 때문에 복지공무원에게 매달리는 구조는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의 합리적 배분을 통해 집행되는 구조를 외면하고, 자신들 먼저 배려해 줄 것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관련공직자에게 폭언, 폭행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살해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아무리 딱하고 급해도 우리의 삶은 결과중심이 아닌 과정중심의 삶이란 것을 민주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관련 공직자들이 어찌 수급자분들을 외면하겠는가? 어떻게든 그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 해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만 배려’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폭력을 통해 뜻을 관철코자 하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일선의 공직자들이 직접적으로 위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의 질을 논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일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직무에 만전을 기하려 해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목숨을 위협받는 환경에서 양질의 사회복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특히, 여성공직자가 다수인 공직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속히 사회복지공무원 뿐만 아니라 다른 민원부서 직원들의 근무환경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무원도 약한 인간일 뿐이고 우리의 선량하고 다정한 이웃이다. 폭력이 없는 공직사회가 되었을 때 주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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