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빙그레식당 대표)
요즘은 전업주부보다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서 정리정돈을 잘하고 다니지 않아도 바빠서 그러려니 하고 흉을 잡지는 않을 것 같다. 여고동창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서 오랜만에 대청소를 하려고 마음먹었더니 보통일이 아니다. 집에 도착한 친구들이 고생했다고 말하자 내가 “음식장만 하는 것은 일이 아니었는데 집안 청소하느라 죽을 뻔 했다“라고 말하자 친구들이 웃는다.
날마다 윤이 나게 집안을 청소해도 마땅치가 않다는 주부들을 보면 할 말도 없어지고 “오늘 아침엔 청소도 안했는데…”라고 말하는 집이 일주일 내내 청소한 우리 집 보다 깨끗할 때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일주일 내내 청소를 할 수도 없을 뿐 더러 하던 일을 접어두고 청소하려고 집에 들어가도 마음은 콩밭에 있어서 청소도 잘 되지 않고, 청소한다고 해도 전업주부들이 집안 단속하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을 때 나는 기운이 빠진다.
바쁜 나 같은 직장여성들을 위하여 도시에서는 청소 용역업체도 생겼다지만 가진 소리 한다고 흉볼지도 모르고, 또 짬을 내서 청소하면 되지 하면서 게으른 나를 책망하기도 하지만 청소가 취약지구인 나는 괜히 정리정돈 잘 되어 있는 집엘 가면 주눅이 든다. 가정주부의 집안일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로 계산하고자 가사노동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여전히 주부들이 하는 일은 별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남성들을 보면서 아니 여성스스로가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없다고 여길 때 문득 나는 울적해진다.
어느 하루 쉬는 날 하루 온종일 집안일을 해도 때깔도 나지 않고 시간만 소요되는 것을 보고 남성들이 별 가치가 없다고 여겨왔던 소소한 일들을 왜 우리 여성들은 마음을 주어가며 애쓰는지 허탈해져 있다가,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유리창틀을 보면 또 괜히 죄지은 사람모양 까닭 없이 불편하다.
“창을 사랑한다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김현승님의 ‘창’ 중에서 -
김현승 시인의 ‘창’을 읊조리며 나도 가끔은 스폰지에 거품을 내어서 휘뿌연 창을 깨끗이 닦아내고 싶고, 말갛게 하늘이 열리는 날이면 이불호청이랑 수건을 깨끗하게 삶아서 햇볕에 말리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정말이지 전업주부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