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수 완도군보건의료원장

 

1950~1960년대 아프리카에 드나들던 한 노르웨이 선원이 있었다. 그 선원은 면역력이 저하되는 병에 걸렸고, 몇 년 뒤 아내와 딸이 같은 병에 걸려 결국 모두 사망했다. 바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에이즈(AIDS)’ 환자들이다. 아프리카 밀림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본래 원숭이의 질환이었던 에이즈가 사람으로 옮겨온 것이다.

2003년 태국의 6세 소년 캅탄이 삼촌을 도와 양계장에서 죽은 닭들을 처리하다 고열로 앓다 사망했다. 검사 결과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은 인플루엔자였다. 나중에 ‘조류독감(AI)’으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인간에게서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옮겨온 것이다.

2015년 한국사회가 공포에 떨었던 ‘메르스(MERS)’는 중동지역에 사는 산속의 박쥐가 환경 파괴로 마을로 넘어오고 낙타와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옮겨온 것이다.

원래 동물 바이러스는 ‘종(種)간 장벽’ 때문에 인간에게 병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 환경변화로 에이즈 바이러스가 원숭이에서 사라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사람으로, 메르스가 낙타에서 사람으로 종간 장벽을 넘어 새롭게 나타났고, 이제 점점 더 많은 신종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다.

2016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zika virus)’는 강수와 기온의 증가에 의한 기후변화로 매개 곤충인 모기(이집트 숲모기, 흰줄 숲모기)가 증가하고 결국 발생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에코데믹(ecodemic)’, 미국의 수의학자 마크 제롬 월터스가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유행을 뜻하는 ‘데믹(demic)’을 합쳐 ‘환경전염병’으로 제시한 용어이다. 그의 저서 ‘에코데믹’에서 “인류의 지구환경 및 자연의 순환과정 파괴가 신종 감염병의 등장과 감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괴되는 종간 장벽과 계속되는 기후변화는 신종감염병을 더 복잡하고 예상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지역사회의 새로운 ‘에코데믹’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다가 올 수 있다. 에이즈, 조류독감,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새로운 바이러스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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