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수필가)

이 세상에 아내처럼 정답고 아내처럼 마음이 놓이고 편안한 이름이 또 있을까?

천 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 위버라고 불렀다. 평화를 짜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 피천득-

그런가 하면 청마 유치환님은 병든 아내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나타내는 병처라는 시에서 "아아 지극히 가깝고도 머언 자여! "라고 표현한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에 사는 동생이 있다. 동생 신랑이 동생에게 "와이프!" 하면서 부른다기에 나도 장난삼아 "와이프!" 하면서 불렀더니 너무 재미있게 웃어줘서 즐거웠다.

그런데 "와이프!" 를 애정 어린 표현으로 부르기는 한데 뭔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와이프 앞에 형용사를 붙여보라고 해봐!" 그랬더니 "무슨 형용사?" "응! 아름다운 와이프! 예쁜 와이프! 귀여운 와이프! 사랑스런 와이프! 사랑하는 와이프! 사용하려고 맘만 먹으면 진짜 많네. 한번 해봐" 해놓고 생각하니 나도 집에 가서 남편에게 한번 형용사를 붙여서 표현해 보면 뭐라고 말할까가 궁금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성에게 맞는 형용사 보다는 씩씩한? 멋진? 뚱뚱한! 부지런한? 게으른? 떠오르는 수식어가 예사롭지 않은 걸 보니 좋은 아내 노릇은 하지 못했나 보다. 아내를 표현하는 좋은 말들이 많지만 살갑지 못하고 부지런하지 못하고 따뜻하지 못해서 참 고역이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남편 혹은 아내를 두고 청년시절에는 연인, 장년시절에는 친구, 노년기에는 간호사라는 말이 있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싶으면 아내 혹은 남편을 가장 좋은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 된다. 적어도 나는 남편에게는 친구 같은 아내일 자신은 있으니…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그것도 자신이 없어진다. 나는 아직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잘할 자신이 없으니…병원 가는 일도, 대도시에 나가는 일도, 가까운 산에 가는 일도, 남편이 없으면 혼자서는 잘 할 수 있는 일이 세어봐야 몇 가지 되지도 않는다. 그럼 나는 동생 같은 아내인가? 골똘히 생각해보았지만 남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또 남편은 부족하지만 누나 같은 아내처럼 대하고는 있지 않은지 살수록 궁금해진다. 뭐 그나저나 일평생 동행하는 확실한 아군은 남편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멋있고 든든한 당신이란 호칭이 아깝지 않다

​남편에게도 항상 함께하고 싶은 당신, 든든한 당신! 훌륭한 당신! 씩씩한 당신! 자상한 당신! 등등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평생 서로 배우자한테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사이! 가까고도 머언 무촌인 부부사이!

그러면서도 일평생 함께 해야 할 시간이 가장 많은 사이 부부! 운명 공동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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