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수필가)

내가 키우던 고양이는 새끼를 두 번 낳았었다. 한 번은 4마리 또 한 번은 6마리…. 왜 과거형으로 표현하냐면, 지금은 내 곁에 없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새끼를 낳았을 때 새끼 두 마리는 분양해 주고,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어서 아버지가 농사지으시던 밭에다 버렸다. 그런데 고양이가 밭에서 산다는 말을 듣고 한 번은 밭에 가서 불러보았다.

"야옹아!" 불렀더니 "야옹!" 하면서 뛰어 나온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졸졸 따라왔다 . 그래서 한동안 또 키웠다. 두 번째 새끼를 6마리를 난 뒤로는 난산이었는지, 온 몸이 경직되어서 죽을 것 같았다. 뻣뻣해진 팔 다리를 주물러 주고 닭도 사다가 푹 고아서 먹였더니 조금 씩 나아졌다.

새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옆집 언니와 고양이를 내려다보면서" 언니!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네, 그냥 아버지 밭에다 다 갖다 버릴라요" 그랬더니 다음날 고양이새끼 6마리와 고양이가 다 사라져버렸다. 다 사라져 버린 고양이 집을 보면서 "애들이 내 말 알아듣고는 이사가 버렸나보다" 했다. 그런데 그 이튿날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빗속에서 어미 고양이가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를 입에 물고 나타났다. 그래도 우리집이 더 나았는지 다시 스티로폼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럭저럭 한달 쯤 지났을까 새끼 고양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박자박 걷기 시작할 무렵 냄새나고 지저분하다고 친정어머니가 새끼고양이 5마리와 어미고양이를 장에 내다가 팔아버렸다." 아니 골목에서 키우면 되는데…"하면서 반대하는 내 말을 들은 척도 않으시고 팔아버리고 오던 날 혼자 남은 새끼 고양이의 슬픔, 분노, 그리움, 놀람, 두려움, 공포를 나는 그 아기고양이를 통해 다 보았다.

잠깐 마실갔다 온 사이에 엄마, 오빠, 언니들이 다 없어져 버린 것을 안 아기 고양이는 악을 쓰며 울어댔다. 새빨개진 눈에 악에 받친 표정으로 2박3일 동안을 울어대더니 기진맥진해 져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지 탈진해버린 고양이와 일주일을 살았다. 목욕시켜주고 재워주고 밥먹이고 쓰다듬어주고 겨우 정이 들어서 내 곁에서 곤한 잠을 자기 시작한 아기고양이를 두고 1박2일 친구들 모임에 갔다 온 사이에 이번에는 우리 직원들이 고양이를 손님에게 줘버리고 말았다.

유치원생 손님이 고양이를 안주면 안 가겠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배 떨어질까 봐 그냥 줘 버렸단다. 안 키워본 사람은 모른다 . 얼마나 서운하고 보고 싶던지…. 직원들이 야속하고 미웠다. 때때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아기 고양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어디선가 사랑받고 잘 크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했지만 그날 내 고양이를 가져가신 노화도 손님들! 제 고양이 예쁘게 잘 키워주세요.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자유롭게 잘 크기를 바랍니다. 부모형제 다 잃어버린 고통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이름은 ‘여름’입니다.

여름에 가족들을 다 잃어버려서 ‘여름’이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나중에 여름이가 새끼 낳으면 한 마리 주세요. 나중에 마당 있는 집에 살면 꼭 고양이를 기르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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