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완도읍사무소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대표적 저서인 목민심서에서는 백성을 대하는 목민관의 자세에 대해 설파한다. 수령은 언제나 청렴·절검을 생활신조로 민에 대한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삼아 국가정령(國家政令)을 빠짐없이 알리고, 민의(民意)의 소제를 상부관청에 잘 전달하고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해 민을 보호할 것을 당부한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가정 선호하는 직종은 공무원이라는데, 내가 그러했듯이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어려운 공시생의 길을 선택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이제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6개월간의 짧은 공직생활동안 내가 깨달은 것은 공직자란 민의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기에 항상 낮은 자세로 국민을 대변할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지원자들에게 대민업무에 대한 자세와 봉사정신을 묻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지난 1월 폭설로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완도읍 곳곳에 눈이 쌓인 적이 있다. 폭설주의보가 내리자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였고, 새벽 5시부터 읍사무소 직원들이 집결하여 쏟아지는 눈에 맞서며 며칠 동안 빗자루와 삽을 들고 제설작업을 하였다. 평소에는 ‘내 집 앞 내가 쓸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주 관내 길거리를 쓸고 쓰레기를 주우며 아름다운 완도를 만들기 위한 청소행정에 앞장선다. 또한, 읍사무소 앞 도로의 혼잡한 주정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같이 주차단속을 하며 주차금지 라바콘을 설치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이다.

읍사무소 총무계에 배치되어 서무란 막중한 임무를 맡고 밤잠을 설친 적이 있다.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도록 중간에서 업무의 조정·취합 등의 역할을 하며 전체 업무를 파악해야하는데, 시야가 좁은 새내기인 내가 맡기에는 너무 막중한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군수님이 읍면을 순회방문하며 읍정을 보고받고 민의를 파악하는 ‘완도읍민과의 대화’를 준비해야 했다. 몇 주 동안 보고서를 취합하기 위해 여러 계장님들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간신히 행사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행사 당일, 완도읍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현안 사업 계획 보고를 들은 읍민들의 읍정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웠다. 읍민들의 건의사항을 받느라 예정되어 있던 시간이 훨씬 지나 행사를 마칠 수 있었는데 그동안 가지고 있던 부담감과 책임감이 한순간 보상받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또한 이렇게 많은 민의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 업무를 하면서도 모자란 역량이지만 생활 곳곳에 불편함 없도록 빠짐없는 지원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청렴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며 민의를 위해 희생하는 봉사정신으로 노력한다면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새내기 공무원이지만, 지금 갖고 있는 이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완도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공직자가 될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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