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창 완도어촌민속전시관장

한겨울에 피어 이듬해 초봄에 지는 동백꽃은 매년 봄을 알리는 화신(花信)으로 대표적으로 여수 오동도의 동백꽃이 방송 전파를 타기도 하는 겨울꽃이면서 봄을 알리는 꽃이다.

차나무과의 늘푸른 키작은나무(상록소교목)로 사철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는 동백나무를 ‘산다화(山茶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록을 찾아보니 ‘동백 열매를 짜서 만들어진 동백기름은 한국 여인의 머릿매를 맵시있게 해준 머릿기름으로 애용되었다.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면 그 모양새가 단정하고 고울 뿐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고 잘 마르지도 않으며 더욱이 때도 끼지 않아 머리단장에는 꼭 필요한 필수품이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동백나무에 대해 조사와 관찰을 통한 사실을 기록했고,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부인들이 소중히 여겨서 훌륭한 꽃나무라고 칭송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완도군의 군목은 동백나무이고, 군화는 동백꽃일 정도로 동백나무는 우리 지역의 산과 들녘이나 각 가정의 마당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상황봉은 동백나무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눈 내리는 한겨울에는 하얀 눈을 머리 위에 이고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붉은 동백꽃은 ‘상황의 백설홍춘(白雪紅椿)’이란 이름으로 완도팔경 중의 하나에 들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동백꽃은 적어도 우리 지역에서는 우아한 자태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히려 동백숲을 소개할 때는 인근 해남의 미황사나 강진 백련사 또는 고창 선운사의 동백숲을 우선 떠오르게 되니 말이다. 완도를 대표하는 나무이자 꽃인 동백이 왜 우리 지역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다른 지역을 대표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너무 흔하게 만날 수 있어서 귀한 줄 몰라서일까?

정확한 기록은 알 수 없으나 군외면 삼두리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몇 년 전에는 이곳에 세계 희귀새 공원을 조성한다는 황당무계한 계획을 세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훼손하려 했으나 지역주민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무자비한 파괴의 위협으로부터 아름다운 숲을 지켜낼 수 있었다.다행스럽게도 지난해 전라남도와 완도군은 군외면 삼두리 동백나무숲을 정비하여 ‘동백 치유의 숲’으로 만들어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명품 힐링숲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김(해태)은 6~70년대에는 완도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대일 수출로 많은 돈을 벌어주어 우리 지역을 풍요로운 지역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미역 등 다른 해조류에 눈을 돌리면서 소홀히 한 틈을 타서 지금은 인근 해남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바뀌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매생이도 지금은 장흥의 대표적인 수산물인양 주인이 바뀐 것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꿩 잡는 것이 매다’는 속담이 있다. 방법이 어떻든 간에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 가치를 모르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보고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가벼이 볼 것이 아니라 더 가꾸고 다듬어서 격조와 품격을 높임으로써 보다 귀한 대접을 받게 만들어내는 지혜를 발휘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산하에 자라고 있는 동백나무를 친환경적으로 가꾸어 널리 알리고 완도의 상징 숲으로 만들어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자연 생태환경의 보고로 조성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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