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열 농업기술센터소장

 

부녀자로서 죽을 나눠주는 곳에 나오기 어려운 자와 죽을 먹고 지내던 자 가운데 고향에 돌아가서 농사짓기를 원하는 자에게는 모두 마른 양식을 지급하였다. 빌어먹는 무리들이 이미 귀신의 형상이 되어 길에서 엎어져 죽어갔으니 기상이 참담하였다. <현종개수실록 12년 1월 16일>

“아, 나라의 형세가 황급하고 형편없어 기근과 질병으로 백성이 장차 다 죽게 되었다. 허물은 실로 나에게 있는데 백성이 그 재앙을 받고 있으니, 여기까지 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가 막히는 구나.”<현종개수실록 12년 5월 1>

조선 현종 재위기간인 1670년(경술년)과 1671년(신해년) 가뭄과 이상저온, 여름 물난리, 초대형 태풍에 의해 1백만 명의 사상자를 낸 경신대기근은 소빙기로 인한 17세기 범세계적 기상이변이 원인이었다.

최근 과학문명의 발달과 인간 활동의 범위 확대로 온실가스 사용이 증가하면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온난화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 100년간 세계의 평균기온은 0.74℃ 상승한 반면, 한반도는 약 1.5℃ 상승하여 세계평균보다 2배 빠른 기온상승을 하였으며 최근 10년은 평년보다 0.6℃나 더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농작물 재배지를 변화시키고, 외래 해충과 잡초의 월동을 가능하게 하여 농산물의 생산량을 감소시키며, 품질을 저하시키는 등 농작물에 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50년쯤에는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이 지금의 절반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지구의 평균기온이 1℃오를 때마다 전세계의 밀 생산량이 6%씩 감소하고 있어 심각한 식량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고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가 불러올 농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지구온난화의 긍정적인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온난화로 인한 농작물 재배 적지의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최근의 기온상승은 작물 재배한계선의 북상을 가져오며 한반도 농작물 재배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과거 교과서에서 배웠던 경북은 사과, 제주는 감귤 등의 주산지는 이제 옛말이 됐다.

제주도에서만 생산되었던 난지 과일인 감귤, 한라봉의 재배지는 완도, 여수, 거창 등으로 북상하여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구 사과는 경기도 포천까지, 청도복숭아는 경기도 파주까지 녹차 또한 보성이 아닌 강원도 고성까지 재배지가 북상하였다.

또한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망고, 구아바, 아보카도, 패션푸르트 등 다양한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가능해져 새롭게 농가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아열대 작물들이 대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온난화의 가장 큰 혜택은 무엇보다 시설난방비 절감에 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6대 도시의 평균기온은 약 1.7℃ 정도 상승하여 세계 평균의 2배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100년간 여름 지속기간이 13~17일 늘고, 겨울철 지속기간은 22~49일 단축되었다. 이로 인해 겨울철 시설난방비가 자연스레 절감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온난화는 농업부문에 긍정적 영향의 기회 측면과 부정적 영향의 위기 측면의 양면성을 보유하고 있다. 변해가는 기후에 빠르게 적응하여 우리 국민의 입맛에 맞는 열대, 아열대 품종 도입으로 소득원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핵심 산업으로 농산업 영역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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