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라는 말은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는 의미다. 웃으면 복이 온다든지 웃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 꼭 등장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웃으면 몸에 좋은 물질인 엔도르핀이 나와서 몸을 건강하게 한다니 의학적으로도 틀린 말도 아니다. 또한 웃다보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우울함도 줄어들 테니 정신적으로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정답이다. 웃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웃는 것 내가 화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이나 분노는 전염성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밝은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찡그린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을 쥐어짜게 된다. 내 웃음 내 성냄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내 웃음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웃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또한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다른 사람의 웃음과 성냄이 내 기분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 혼자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모두가 슬픈데 나 혼자 웃는다면 그것은 헛짓이 된다.

모두가 웃는데 나 혼자 슬프다면 참혹함이 깊어질 것이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고 다른 사람을 슬프지 않게 하는 것이 삶의 기본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웃을 수 있다.

'일소일소 일노일로'는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점을 보여준다. 한 번 웃는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것 기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 번 성내는 것 역시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지 않는 일 슬프지 않게 하는 일도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재미있는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도 외워 두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선물도 기억해 두면 어떨까? 그 사람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는 건 어떨까? 이런 생각만으로도 벌써 웃음을 머금게 된다. 입꼬리가 싹 올라간다. 눈썹은 내려오고 입꼬리는 올라가니 둥근 표정이 된다. 둥근 게 좋은 거다.

스스로 자꾸 웃으려 하고 다른 이를 기쁘게 하려고 한다면 세상은 아름다워지리라. 그야말로 살 만하지 않을까? 스스로 화를 내지 않으려 하고 다른 이가 슬프지 않게 늘 살핀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러한 계획이야말로 아침에 눈을 뜨면서 집을 나서면서 해야 하는 하루의 기도가 아닐까 한다. 오늘은 누굴 웃게 할까? 누굴 기쁘게 할까?

저작권자 © 완도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