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창 어촌민속전시관장

입춘과 우수를 지나고 나니 얼어붙은 땅을 뚫고 솟아올라 노랗게 꽃을 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복수초를 보면서, 꽁꽁 얼어있는 얼음장 밑을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면서 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봄이 오면 피는 많은 꽃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벚꽃을 들 수 있다. 벚꽃이란 단어를 보면 매년 흐드러지게 피는 꽃의 개화시기에 맞춰 열리는 군항제가 유명한 진해가 먼저 떠오른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눈길이 가는 기사를 만났다. 향수라는 단어를 보면 프랑스라는 국가가 연상될 정도로 이 나라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고급 향수를 만들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 나라의 ‘아틀리에 코롱’이라는 향수 제조회사에서 진해의 벚꽃을 주원료로 하여 '앙상 진해'(Encens Jinhae·진해의 향기).라는 이름의 향수를 3월에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들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분야를 그들은 뛰어들어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을 보고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2년 전부터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해 6월에는 프랑스 ‘LES JARDINS DE GAIA(大地의 女神 농장)’란 회사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Arellete Rohmer 일행이 우리 지역을 방문했다. 프랑스에서 온 이들과 함께 우리 지역의 특산물인 유자·비파를 생산하는 농가와 황칠나무를 원료로 차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전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친환경 원료를 발굴하고 수집하여 가공해서 만든 차를 새롭게 브랜딩하여 유럽 내 2천 5백여 곳에서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한다고 했다. 그들은 차 재료의 구입 조건은 우선적으로 친환경인증을 얻은 것을 재료를 공정한 가격에 무역을 하는 공정무역(Fair Trade) 방식으로 수입하여 차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그들과의 짧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은 이국만리 머나 먼 나라의 남쪽 끝에 있는 바닷가 마을까지 찾아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열정과 꼼꼼함에 부러움과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고 흘려보내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그런 생각이나 시도조차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점에서 보면 남들보다 앞서가면서 세상을 주도하는 세력과 늘 그들의 꽁무니를 숨을 헐떡거리며 쫓아가는 세력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문득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비파·유자·황칠 나무의 잎이나 꽃·줄기 등을 재료로 하는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조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 곁에 있는 것들 중에서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굳어진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발상을 전환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발상을 전환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이 있다면 그 분야에서 남들보다 앞서가는 선구자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는 사전적 의미는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을 뜻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지만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원료나 재료로 하여 부가가치 높은 새로운 제품 등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도전에 아이디어와 열정을 모두 바친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세상이 깜짝 놀랄 획기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그날을 위하여 생각을 바꾸고 실천에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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