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수 완도군보건의료원장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들에게 가진 것을 빼앗기고 맞아 거반 죽게 됩니다. 그 때 마침 제사장이 지나가게 되었는데 피하여 갔고, 그 제사장처럼 레위인도 피해서 지나갑니다. 꼼짝없이 죽게 된 사람에게 사마리아인이 지나가게 되었는데, 불쌍히 여겨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줍니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0장 30절부터 34절까지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어떤 유대인’을 ‘제사장’과 ‘레위인’은 피하여 지나치고 착한 ‘사마리아인’이 구해주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법이 있다. 바로 ‘선한 사마리아인 법(The Good Samaritan Law)'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2항(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이다. 내용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사망에 대한 책임은 감면한다.”로 심폐소생술 등 일반인의 응급처치에 관하여 선의의 구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일 한국건강진흥개발원은 '시·도별 지역보건취약지역 보고서'에서 인구 1만명당 의사수, 표준화 사망률, 65세 이상 인구, 수급자, 중증장애인 비율을 지표로 ‘보건취약지역’을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취약한 지역으로 광역은 전남(56.7%), 전북(54.8%), 경북(54.7%)이였고, 기초지역으로는 전남의 완도 등 도서로 이루어진 군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의료 환경이 좋은 광역은 서울(39.6%), 대구(45.2%), 울산(46.0%)이었고, 기초지역으로는 서울의 강남, 서초구였다.

보고서에서 ‘의사수’와 ‘사망률’ 지표는 취약지역을 잘 보여준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많은 강남은 사망률이 낮고, 의사가 잘 오지 않고 병·의원이 적은 의료취약지는 사망률이 높다. 가슴 아픈 지역사회 통계이다.

완도 도서의 응급의료는 대부분 보건지소와 진료소의 공공기관이 담당하는데, 인력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완도군 65세 이상 인구는 평균 28.9%(201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인 초고령화 사회로 노인 뇌졸중, 심근경색, 중증감염(폐렴 또는 패혈증), 낙상 및 골절 발생률이 높아 언제든, 어디서든 응급 환자가 발생 할 수 있다.

응급의료에 관해서는 지역사회 전체 구성원의 관심과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응급의료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력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섬에서는 응급환자 발생 시 모두 나서야 한다. 빨리 환자를 확인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락하고, 필요시 심폐소생술을 하며, 최대한 빨리 처치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특히 심정지 환자를 위한 심폐소생술은 꼭 익혀두어야 하는데, 일반인을 위한 '기본심폐소생술(BLS, basic life support)'이 있어 배우기도 쉽고 효과적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선의의 구조자를 보호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응급의료는 도덕적, 윤리적 영역이기도 하다. 의료는 아픔을 나누고 함께하는 ‘소통’이며 ‘대화’이다. ‘쓰러진 유대인’을 보고 피하여 지나치는 ‘제사장’과 ‘레위인’이 되지 말자. 의료 환경이 열악한 도서지역에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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