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종(군외면 달도리)

친구야!

한마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같이 보내고 너는 도회지로 떠났었지만 지금까지 70여년의 긴 세월을 얼굴 한번 붉힌 적 없이 돈독한 정을 나누면 살아왔던 친구가 아니었더냐.

투병생활 하던 나를 위로해주면서 오래 살라던 네가 먼저 갈 줄을 꿈에라도 생각했겠니.

금년 여름 어느 날 나도 없는데 수박 한통을 마루에 놓고 갔었지.

죽을 날을 예측이라도 한 듯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차 들려서 놓고 갔다던 그 수박을 옆에 놓고 나는 얼마나 울었던지 모른단다.

70여년의 오랜 우정이 이렇게도 허무하게 끝이 날줄은 정말 몰랐단다.

이렇게 빨리 떠날줄을 조금만이라도 진즉 알았더라면…

친구야!

우리에게는 이별이 영원토록 없을 것만 같았는데 이게 웬일이란 말이냐.

그 많던 고향친구들이 한 두 사람씩 떠나고 있구나.

나도 언젠가는 너희들 곁으로 가야 되겠지?

우리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지냈던 정보다 더욱 돈독한 정을 쌓으면서 지내 보자구나. 꼭 만나고 싶단다.

친구야!

이제 근심걱정 없는 세상에 갔으니 이승에서 못 이룬 꿈을 모두 이루고 편히 쉬거라.

 

2015년 어느 가을날

친구를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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