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발행인)

시․군에 근무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에게 4급 서기관은 승진 가능한 최고의 직급이다. 그래서 기초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서기관으로 퇴임하는 것을 영예롭게 여기고 있으며, 직에 오르기 위한 선의의 경쟁도 치열하다.

완도군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완도군 본청 서기관 두 자리가 정년을 앞둔 실․과장들이 ‘서기관’이라는 훈장을 다는 통로로 전락해 가고 있어서 정년을 앞둔 사무관이라면 서열을 따져보면 누구나 후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마치 ‘서기관’이 앉는 두 자리가 6개월마다 회전하는 그런 자리인양 쉽고 가볍게 채워지고 있다.

군 조직 중 가장 중요한 직책이라고 판단해 30여 개 실․과장 및 읍·면장급 통틀어 겨우 2명의 서기관을 각각 배치한 자리가 기획예산실장과 주민복지과장인데 그렇다. 이 직이 매 6개월 간격으로 실시되는 인사 때마다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이 뻔질나게 나고 드는 자리로 변한지 오래 됐다. 인사를 앞둔 시기에 “이번에는…” 하는 마음으로 한껏 기대를 품지만, 의욕 있고 능력 있는 인재 등용을 기다리던 순진한 꿈은 매번 깨지고 만다.

두 자리가 1년 두 번의 정기인사 때마다 주인이 바뀌다보니 해마다 4명의 말년 공무원들이 ‘서기관’을 달고 나간다. 당사자들은 퇴임 후 전직 서기관이라는 훈장을 달고 나갈 수 있어 여생을 좀 더 폼 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눠먹기식 인사 행태를 바라보는 군민들 눈에는 완도군의 인사가 너무 가볍게 보이는 걸 왜 모르는지. 정령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군 인사 전체가 ‘6개월 인사’라 싸잡아 희화화 되고 있음을 모르는 것인지.

전남도에서 인사를 하는 부군수직과 완도군 산하 농업기술센터 소장과 보건의료원 원장직 인사를 보라. 같은 서기관급이지만 앞서 거론한 완도군과는 다르다. 전남지사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전문직 공무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서? 언제까지 ‘인사 적체’ 타령으로 고위직 인사를 엿판의 ‘덤’ 취급을 해 땜빵인사나 지속할 생각인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제대로 인사를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짚은 말이기도 하다. 또 예로부터 최고 지도자는 통치학, 용인술, 또는 용병술이라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인사 방법론을 배웠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지도자에게 인재를 발굴 평가해 적시, 적재, 적소에 쓸 줄 아는 능력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며, 이 점에서는 완도군 역시 다르지 않다. 분권화로 시대가 변하고, 평등화로 사람도 변했지만 오늘날의 지도자 역시 적임자를 찾는 인사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코드 인사도 문제겠지만 더 큰 문제는 자질과 능력의 평가 없이 연공서열에 따른 ‘밥그릇 인사’를 하는 것이다.

신우철 군정 출범 1년이 지났다. 서열과 나이 순으로 직을 채우는 구태관행을 버릴 때가 됐다. 지금은 무엇보다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쇄신하고 개혁해야 할 현안 과제이다. 군정 혁신의 첫걸음이 2명의 서기관 인사 관행 탈피로부터 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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