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본지 편집인
박병수 본지 편집인

 지난 2008년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생 해결을 위한 행보로 ‘영암군 대불국가산단 규제 전봇대 뽑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MB정부는 지금으로 치면 적폐에 해당하는 용어로 ‘규제 전봇대’를 각종 행정 규제의 아이콘 삼아 폐단 척결에 나섰다. 사실 대불산단 전봇대의 경우 당시 법에 의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불국가산단은 1997년 영암군 삼호읍 나불리에 들어설 때 국토의 균형발전과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조성된 산업단지로 당초 첨단 산업 관련 업체를 유치하려 했으나 국내 조선 산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대불산단에 입주한 업체 대부분이 운송장비와 금속 조립 등 조선업과 관련된 업체로 구성됐다.

 그러다가 수주한 선박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선박의 블록을 옮기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전봇대가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던 것.

 이후 선박 블록제작 업체는 선박 조립을 위해 운송을 하면서 전봇대에 가로막힌 길을 피해 가까운 산단 내부를 이동하는데도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고 전한다. 공장 가동의 필수인 전력 수급을 위해 설치했던 전봇대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장애물이 된 사례다.

 완도 청산도항도 유사한 사례가 되겠다. 청산도항은 청산도에 주민들이 입도한 이래 주민들의 발이 되어준 선박들의 기항지로 사랑받았다. 특히 1960년대에 조성된 현재의 항구는 방파제까지 설치되면서 피항지로서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그런데, 조선기술의 향상과 농협에서 운용하는 여객선이 대형화 되면서 청산도항 입항과 관련해 불편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초 청산도항을 왕래하던 여객선이 500톤급일 때는 항구의 폭이 좁다고 인식되지 않았으나 2016년 1000톤급 퀸청산호가 취항하면서 도청항 입구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된 것이다. 주민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은 대형화 될수록 안전해지지만 그만큼 선회가 어렵고 입항시 안전사고에 위험이 높아진다.

 현재 진행중인 도청항 방파제 공사는 오는 2026년 3월께 완공예정이다. 만약 공사가 이대로 마무리 된다면 항구 입구는 지금보다 더 좁아질 예정이다. 폭이 좁아진 항구에서 해상 교통사고가 발행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누구나 예견이 가능하다. 사용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현재 진행중인 방파제 사업에 대한 수정이 절실해 보인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초 청산도항의 설계기준에 따르면 ‘교행 가능성이 없는 항로’로 지정돼 조성된 항구다. 따라서 단순히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다만,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는 말처럼 주민들은 청산도항 정비공사가 진행될 때 항구 입구에 대한 개선과 항구내 준설 작업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 기관은 건강의 섬 완도, 안전 완도를 생각한다면 공사 계획에만 매몰되지 말고, 유연한 사고(思考)로 예산을 절감하면서 더욱 안전한 항구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주길 기대한다.

※ 청산도 도청항 공사의 공식 명칭은 청산도항 정비공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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