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자 (여행 작가, 전 광남일보 편집국장)
김원자 (여행 작가, 전 광남일보 편집국장)

  “가능하면 집에서 나가지 말고...”라는 방역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친구가 전화를 했다.

  “우리가 아무 날 아무 시에 아무 곳에서 만나 잠깐 차 한 잔 마시고 바람을 쒠다해서 코로나가 눈치를 채겠어?” 그래서 코로나 몰래 나들이를 했는데 결과는? 정말로 재미가 없었다. 전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짜증나던 곳이 이제는 적막강산이어서 슬플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영광 불교도래지는 아예 문을 닫아버렸고, 보길도에서 돌아오던 길에 들른 영산포 백호문학관은 문만 열렸지, 방문객은 물론 직원조차 구경 할 수 없어 찾아간 우리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날 문학관 뜰에서 졸다가 우리를 반겨주던 고양이새끼 다섯 마리는 잘 있는지...

  공공시설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침체 말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나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의 변화 등등. 연구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우울감, 불안, 염려뿐만 아니라 무기력감 등 다양한 강도의 심리적 과제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총칭하는 말이 코로나 블루.

  강도의 차이만 있지 요즘 코로나블루(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유일한 통로인 TV에서는 방구석콘서트니, 집콕여행이니하는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다. 모두 현장에 가지 않고 방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온라인으로 세계여러나라에 공개되는 트로트무대도 재미가 있고 세계적인 가수나 음악가들의 랜선 공연도 덕분에 방에 앉아 감상할 수 있었다.

  내가 아는 IT전공 교수님이 전에 이런 말을 했다. IT전공자들이 문화를 알면 참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텐데 도대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털기술만 알지 이것을 현실에 응용할 인문지식이 없으니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전혀 재미가 없다는 것. 이제 억지로라도 IT기술자들은 문화를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창조가 생기고 과학도 사회도 발전하게 된다. 코로나는 생각지 않는 곳에서 IT와 문화의 끈끈한 결합을 이뤄내고 있으니 이게 4차혁명이 아니고 무엇인가?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하던 광주도 지금 비상이다. 이제는 코로나를 따돌리며 숨바꼭질 할 배짱도 없다. 그저 애꿎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오늘의 랜선 문화랜선 전시를 눈이 아프게 들여다볼 뿐이다. , 코로나의 긍정적인 측면을 하나 발견했다. 어쩌면 우리 같은 서민들이 더 쉽게 세계의 고급문화를 단지 랜선을 통해서 접할 수 있지 않은가?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한 해외로의 문화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랜선 강의, 랜선 인터뷰, 랜선 댄스까지 별게 다 있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비록 바람 쐬러 외출할 수는 없지만 콘텐츠 탐방을 하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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