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화흥초등학교로 옮겨서 사라져 버린 '최경주 광장'이 2020년 현재에도 이정표에 버젓이 표기돼 있다.
▲지금은 화흥초등학교로 옮겨서 사라져 버린 '최경주 광장'이 2020년 현재에도 이정표에 버젓이 표기돼 있다.

  공무원의 보신주의적 행태를 지적할 때 보통 ‘복지부동’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부동이라는 말의 대표사례로 일명 ‘대사관 女 사건’을 언급한다. 이 사건은 지난 2006년 국군포로 장무환씨가 북한을 탈출하면서 도움을 청하려고 주중대사관에 전화를 했는데 대사관 여직원은 쌀쌀맞은 어조로 단박에 거절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런데, 완도군에서도 언론의 지적과 주민들의 요구에 미동조차 없는 일이 잦아 완도군 공무원들의 태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군외면 원동 선착장 다리 연결부위가 파손됐지만 철판 2개를 걸쳐 놓고 보수를 마친 것처럼  방치하고 있다.
▲ 군외면 원동 선착장 다리 연결부위가 파손됐지만 철판 2개를 걸쳐 놓고 보수를 마친 것처럼 방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적됐던 최경주 없는 ‘최경주 광장’ 이정표는 여전히 완도군 중심가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군외면 원동 선착장의 다리 연결 부위가 녹슬어 끊어진 곳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예산부족 탓만 하며 좁은 철판 2개만 달랑 얹어놓고 조치를 다 취한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다리의 일부는 녹이 슨 채 구멍까지 나 있지만 보수의 흔적은 없다.

  죽청리 소재 충효관 지붕의 훼손 상태도 심각하다는 지적을 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도 요원한 상태이다.

▲죽청리 소재 충효관 지붕에는 넝쿨이 무성하지만 보수없이 방치되고 있다.
▲죽청리 소재 충효관 지붕에는 넝쿨이 무성하지만 보수없이 방치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완도 관내 오지의 버스 노선에 대한 주민의 건의를 기사화했지만 해당 부서에서는 어떠한 대응도 준비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 오지 노선을 새롭게 개설하거나 기존 노선에 변경이 들어가면 군과 운수업체간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총 근무시간, 기사 배차 순서, 운영비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담당 직원의 대응방식이었다.

  노선 개선에 대한 건의를 하려면 지역 언론을 통한 지적이나 건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담당 직원은 “노선의 변경에 관한 건의의 경우 군에 정식으로 민원을 요청하면 군에서 운수업체에 민원을 전달하는 방법과 마을 주민이 운수업체에 직접 민원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군에서) 개선 명령을 내리면 군이 노선 운행에 대한 손실금을 100% 운행 보조해줘야 하기 때문에 운수업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언론에 기사화된 것으로는 반영이 안 되냐는 질문에는 “기사화 보다는 정식으로 마을에서 대표자가 군이나 운수업체에 이 부분에 대해서 검토를 해달라고 말씀하시면 검토에 들어갈 것이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공식 서류를 첨부해서 지역민이 직접 군을 방문해야만 검토에 들어간다는 오만한 태도가 완도군 공무원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부분이다.

  이런 공무원의 대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완도군 공무원들의 민낯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시대가 크게 바뀌었다. 민원인들의 태도와 공무원들의 활동에는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에도 변함이 없는 것은 책임감 없고, 수동적인 공무원은 결국 책임자인 군수를 욕 먹이며 군수의 행정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 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2019년 10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행정지원委’를 설치해서 공무원 복지부동을 막겠다고 했고, 이낙연 전 총리도 ‘“공무원의 이미지 가운데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이 늘 포함된다”며 “억울한 분도 있겠으나 국민의 인식이 바뀌도록 공직사회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도자의 이러한 요청에도 말단 공무원에게까지는 이 뜻이 전달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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