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식 언론인·작가
송하식 언론인·작가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하버드대학교는 세계 제일의 대학으로 유명하지만 도서관은 더 유명하다. 그곳에는 수많은 격문(檄文) 가운데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즐겨라’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미국 드라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 국내에도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지만, 공부벌레들이 성공을 위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도전정신과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에 새겨두는 글이다. 격문은 무려 40여 종에 달한다.

  몇 년전에 우연히 라디오방송에서 박찬호·김연아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경제는 10년 주기로 위기가 닥쳤는데, 그때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혜성처럼 등장해 시름에 겨운 국민을 격려하고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에서 LA 다저스 박찬호가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피겨 여왕 김연아가 우리 마음을 녹여주었다. 이들이 있어줘서 참 행복하고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꿈과 희망을 안겨준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일 때는 그걸 즐겼다는 것이다. 그들이 각자 영역에서 우뚝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리며 담금질을 했겠는가. 우리가 세계적 스타의 플레이를 안방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말해 그들이 힘겨운 훈련과 쓰디쓴 시행착오를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즐기려고 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군대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8㎞ 완전군장 구보를 죽기 살기로 했던 기억이 있다. 땡볕이 내리 쬐는 데다 먼지가 풀풀 나 숨쉬기도 어렵고 철모와 방탄헬멧이 따로 놀아 머리가 빙빙 돌았다.

  당시 군(軍) 복무 기간은 33개월이었다. 필자는 고려대 3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탓에 복무기간이 다른 전우보다 6개월(교련 혜택) 짧은 27개월이었다. 그래서 실제 병장을 달고 복무할 수 있는 기간은 2∼3개월에 불과해 진급에 탈락하면 자칫 불명예(?)가 될 수도 있었다. 매년 실시되는 유격훈련과 야간행군도 힘겨웠다. 지금 같으면 극기훈련이라 생각하며 여유롭게 즐겼을 것이다. 결국 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즐길 것을 그땐 왜 그러지 못했는지 후회가 많이 남는다.

  머리 좋은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군대에서 훈련을 받거나 사회에서 힘든 일을 할 때 올바른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잘하는 것이다. 일을 잘하고 싶으면 즐겨라.’

  대지의 작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펄 벅(Pearl Sydenstricker Buck, 1892∼1973)의 말이다. 그녀의 말은 알쏭달쏭하지만 즐김과 성공(成功)은 결국 하나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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