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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詩 / 구멍가게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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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6  16: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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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유은희

 

뒷골목 끝까지 밀려난 구멍가게 하나
아직 살아 있다 아흔여섯과 일흔넷이
복숭아처럼 물러가고 있다
그늘이 질척거려서 찾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개척교회 젊은 목사가 들었다 가고
고양이들이 죽은 털을 솎고 간다
일흔넷이 아흔여섯을 평상 끝에 업어다 말리는
말렸다 노을 너머로 들이곤 한다
적막이 풀처럼 웃자란 집은
모서리란 모서리는 다 닳아서
내려앉은 잇몸으로 딱딱한 시간을 녹여 살고
있다
눅눅한 뒷방은 오봉상의 오금을 간신히 펴
닳은 수저로 어둠을 파먹고 있다


죽은 내 아버지가 살아있는 곳,
앙상하게 솟은 어깨가 살고
거뭇거뭇한 손등이 살고
하지정맥의 휜 다리가 산다
생의 뒤편으로 비껴난 흐린 눈빛이 살아간다
어쩌다 들러서 무른 것들 죄다 담아 오는 길
잇몸 움푹 꺼진 달이 몇 걸음 뒤를 밟아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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