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이맘때가 되면 빠지지 않는 뉴스가 있다. 임금체불에 항의해 농성을 벌이는 건설현장 근로자의 모습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수십미터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 목숨을 담보로 농성을 벌이는 근로자의 모습은 한껏 들떠 있는 명절의 어두운 이면이다.

그러나 먼 곳의 일이 아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크레인 고공농성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완도읍 한 아파트건설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크레인에 올라 수개월간 체불된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하도급자인 A씨는 자신이 거느린 일용직 근로자들의 체불임금 6천여만원 전체를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고 사업자 측은 A씨의 체불임금 중 80%만 지급했다고 한다. 더구나 사업자 측은 농성자 A씨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A씨를 제외한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들 근로자들은 사업자 측이 회유해 차후 개별적 지급을 약속했다고 알려졌지만, 언제 지급될지는 기약이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에게 임금은 가정을 지탱하게 하는 원천이다.

따라서 임금을 받지 못하면 가정은 무너지게 된다.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농성이 대개 극단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올 추석은 유독 빨리 다가왔고, 추석이 내일 모레인데도 지역 경기는 살아날 줄 모른다. 날씨마저 심술을 부렸다. A씨가 농성을 벌인 다음날 태풍이 전국을 할퀴고 지나갔다. 추석을 앞두고 민심은 착잡하다.

정부는 매년 이맘때 임금체불 없는 명절을 만들겠다며 체불임금 청산 정책을 내놓고 사업장 지도·감독에 나서지만 임금체불은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공정한 원칙을 세우고 잘 지키며 직접 시공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고, 땀 흘리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제때 지급받는 것이다. 내년 추석은 모두에게 풍요로운 명절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완도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