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교(현)완도군 문화관광해설사, 전)완도군청기획예산실장)

 

완도군은 전국제일의 수산군이며우리나라에서 해조류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서 2014년에 세계 최초로 국제 해조류박람회를 개최했다.

완도에서 생산된 해조류 중에 일본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톳이다.

톳은 1980년경 완도어촌지도소에 근무했던 신우철 어촌지도사(현 완도군수)가 톳 뿌리를 이용한 양식기술을 연구하여 지금 대량 생산되고 있지만 톳과 비슷하게 생긴 뜸부기는

서남해안(완도, 진도, 신안 지역)에서 서식하는 해조류로서 아주 적은 양의자연산 뜸부기만 생산되고 있다.

완도지방에서는 "듬북이"라고 부르며, 고금도에서는 "듬배기"라고 부른다.

뜸부기는 청정 해역에서만 서식하는 해조류이며 우리 고장에서는 제사상에는 반드시 뜸부기 나물'을 반듯이 올려야 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뜸부기와 톳은 나물로 만들어 먹는 대표적인 해조류(해초)이다.

특히, 뜸부기는 엽체(가지)가 많은 해조류이므로 뜸부기 나물을 제사상에 올릴 경우 맛있는 뜸부기 나물을 귀신들이 조금씩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뜸부기는 나물을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굴 등과 함께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음주 후 숙취 해소나 속을 푸는데 아주 좋다.

귀신도 좋아하는 뜸부기 나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970년대 초에 완도군 고금면 농상리에 일명 듬배기(뜸부기)식당이 있었다.

고금면 대곡리 마을 출신 박ㅇㅇ씨가 농상리 마을 쪽으로 가는 큰길(비석거리)가에 작은 집을 지어서 구멍가게를 운영했었는데 지역 주민들은 이 구멍가게를 "듬배기식당"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구멍가게를 "듬배기+식당"이라고 부른 것은 이곳에 가면 두부안주에 막걸리를 배부르게 듬뿍 먹을 수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듬배기(뜸부기)식당"라고 불리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이 구멍가게 바로 앞에 옻나무골이 있다.

이곳은 황칠나무가 자생하여 조선시대 황칠을 왕실에 공급했던 지역으로서 1950년대에 두 가구가 살고 있었다.

고금면 농상리 김00씨라는 분이 그 곳에 살면서 어느 날 밤 제사를 모시고 철상을 했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고 한다.

가만히 들어보니 "듬배기 나물 좀 주라~" 는 소리가 들려 왔다는 것이다.

이 소리가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했던 말인지?

아니면 귀신이 했던 소리인지는 확인 되지 않고 있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지면서 장난기가 많은 어떤 사람이 밤에 그 집(구멍가게) 창문 밖에서 문을 두들기며 낮은 목소리로 “듬배기 나물 좀 주라”고 놀라게 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 고금면 대곡리 마을 주민은 물론 그 길을 오갔던 인근 회룡리와 상정리 마을 주민들도 "듬배기식당"이라고 부르면서 애용했던 추억의 구멍가게가 있었다.

귀신도 좋아하는 나물이 '뜸부기 나물'이라는 이 이야기는 톳과 비슷하게 생긴 해조류로서 맛도 좋고 영양가가 풍부하며 특히 뜸부기는 엽체가 많아서 여럿이 나누어 먹을 수 있다

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끼니를 이어갈 수 없었던 어려운 그 시절에 해조류로 연명을 하면서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었던 완도지역의 나눔 문화도 엿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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