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만

 

격양가(擊壤歌)를 위한 선택

정기만

전)완도군청기획예산실장

 

기대와 우려 속에 완전한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24년이 지났다. 당시 지방자치제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결국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고 그에 따라 주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 전 국민의 관심 속에 1995년 7월 1일 일제히 업무를 개시하였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주민들은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지역의 발전을 앞당기고 복지 향상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속에 내 지역의 지도자를 내가 직접 뽑는다는 참여민주주의의 주인공으로서 자부심과 설렘으로 희망의 미래를 바라보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축소판 이라고도 한다. 왜냐하면 자치단체의 고유 사무는 물론 중앙정부의 사무를 위임받아 부분적으로 다루는 종합행정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방행정의 영역은 매우 광범위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치단체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이와 함께 많은 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인사권과 예산 편성 및 집행권이다. 공정한 인사는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조직을 활성화하여 그것이 바로 주민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직결된다. 대다수 공무원들이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보수 인상이나 포상이 아니고 승진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만큼 공무원에게 공정한 인사는 최대의 관심사요 최고의 바람이다. 또한 공정한 인사는 인사권자의 권위와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사권이 남용과 전횡으로 인하여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 되어서는 안 되며,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또한 예산 측면을 들여다보면 농어촌지역의 대다수 기초자치단체는 자체 수입으로 소속 공무원들의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아주 열악한 재정 구조를 이루고 있다. 자치단체가 지방행정의 윤활유라고 할 수 있는 재원을 늘리기 위하여 경영수익사업을 통해 자주재원을 확충하기란 한계가 있다.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은 지방행정의 수장으로서 경영의 전문성도 겸비해야 한다. 여기서 전문 경영인이란 한정된 재원을 어느 분야에다 어떻게 적절히 배분하여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 내느냐 하는 고도의 마인드를 갖춘 지도자를 말한다. 주민의 요구 사항이나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으나 재정 형편상 제때에 다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국고를 지원받아 숙원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자치단체장의 또 하나의 능력이다. 돈으로 물건은 살 수 있지만 사람의 능력은 살 수 없다. 그런 자리가 바로 자치단체장이다.

고대 중국의 요임금이 자신의 선정으로 백성들의 삶이 편안하고 그래서 자신을 임금으로 계속 지지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허름한 옷으로 변장을 하고 시찰을 하던 중에 어느 노인이 먹을 것을 입에다 물고서 배를 두드리고, 흙덩이를 치면서 「해가 뜨면 들에 나가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쉬네.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농사 지어 먹고 사는데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 하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고 만족해하였다 한다.

중국의 역사서인 십팔 사략에 나오는 이 격양가는 배를 두드리고 땅을 발로 구르며 태평한 세월을 즐기며 부르는 민요로 태평세월을 이루기 위해 힘을 들이면서도 백성이 임금의 힘을 느끼지 않게 하는 선정(善政)을 표현한 노래이다. 선거는 이런 격양가를 부르는 세상을 만들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일이다. 이런 주인공을 그 자리에 앉게 하는 인사권자는 오직 그 지역의 유권자인 주민이다. 그것은 올바른 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인사권자인 주민이 그 소중한 권한을 잘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격양가를 부를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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