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은 희(시인, 완도 청산도 출생)

매미 울음 받아내기 위해

느티나무는 그늘을 펼치는 것이다

깊이 꺼내 우는 울음

다 받아주는 이 있어

그래도 매미 속은 환해지겠다

느티나무 발등 흥건하도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전 생을 쏟아야 하는 슬픔인 것이다

어깨가 넓은 느티나무 그늘은

울기 참 좋은 곳이어서

언뜻 언뜻 하늘도 눈가를 훔친다

느티나무도 덩달아 글썽해져서

일부러 먼 산에 시선을 매어두고 있다

저녁 산이 붉어지는 까닭이다

 

느티나무 어깨에 기대어

울음 송두리째 꺼내 놓고 나면

매미 허물처럼 가벼워질까

사랑, 그 울음이 빠져나간 몸은

한 벌 허물에 불가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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