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완도출신 이원범 동서대학교 교수

완도수고 졸업, 일본 동경대서 박사 학위

'지역, 고졸출신' 약점 극복하며 역량 키워

제자들 가르치면서 고향에 대한 자긍심 느껴

 

“지역 출신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야 합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도전하는 도전정신을 가져야합니다. 지역에 갇힌 카르텔은 넓은 세상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더군요”

이원범(65) 교수는 고향 청소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젊은 시절 전라도 섬 출신, 고졸 학력 등 한국사회에서 지역과 출신 성분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카르텔(동맹, 독점)에 많은 설움을 받았던 그다.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 그다지 자랑스러하지 못했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완도수고 졸업 후 상경한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70년대는 한·일 수교 이후 교역이 활발했던 시절. 일본어 통역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통역사 자격증을 땄다. 그후 일본어 학원을 직접 경영하면서 전라도 섬, 고졸 출신이라는 차별에 설움을 느끼며 그는 일본 유학을 떠난다.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일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시절 그의 가치관이 변했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니 오로지 자신의 실력과 재능, 의지가 중요할 뿐, 한국사회에 갇힌 카르텔은 아무런 가치가 없더군요. 도전정신으로 이를 극복했습니다.”

이 교수 한·중·일 3개 대학 공동 교육프로그램 수행하기 위해 부산 동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학생들을 인솔하고 고향 완도 장보고 유적지를 찾았다.

“나이 들어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고향 완도에 대한, 또 장보고대사에 대한 자긍심을 느낍니다. 오늘 제가 있기까지는 고향에 가반을 둔 지적, 인적 자산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때마침 고향 친구들의 모임에 참석했던 그는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 정담도 나누고 고향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감회를 밝혔다.

7년 전부터 매년 학생들을 인솔하고 완도를 찾은 이 교수는 동서대 동아시아학과와 3개국 3개 대학 공동 교육프로그램인 CAMPUS Asia 사업을 소개했다.

CAMPUS Asia는 한·중·일 교육부가 공동 출연해 동아시아 차세대 인문학 리더 양성과 3국의 화합과 공동번영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교육사업이다. 한·중·일 3국에서 각각 20명씩 매년 60명을 선발해 3국 캠퍼스를 순회하며 공동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한다. 공동생활, 공동학습으로 상대국 언어는 물론, 역사, 문화, 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 부산 동서대 동아시아학과가 이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인문학 분야에서 장보고대사의 정신은 ‘동아시아 3국의 화합과 공동번영’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의 취지에 꼭 부합합니다. 1,200년 전 신라 출신, 평민 출신이라는 지역적, 신분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진취적인 기상으로 당나라에 건너가 무령군 소장으로 출세 한 점과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상교역로를 개척해 대당, 대일본 무역을 넘어 세계의 교역을 활성화해 동아시아 공동의 이익과 공동번영을 위해 공헌하신 분으로서 그의 정신과 기상을 배워야 합니다.”

이 교수 자신이 살아 온 행적과 그가 지금 고향의 청소년들에게 조언하는 바가 일치하고 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장보고대사의 정신과 기상이다.

“신분제 사회와 싸워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벗어나 3국에 이익이 되는 활약상은 ‘통합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장보고 대사를 통해 화합의 정신과 공영(共榮)의 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CAMPUS Asia 프로그램의 목적입니다.”

퇴임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이 교수는 “제가 퇴임한 후에도 동서대학 학생들이 매년 완도 장보고 유적지 탐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완도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내 고향에 장보고대사 같은 분이 계시고 그분의 유적이 있다는 것에 항상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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