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영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농업연구관

‘옛날부터 비파나무가 있으면 아픈 사람이 없다.’ 라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 약용나무 중 가장 으뜸으로 알려진 비파는 장미과의 상록 활엽 과수로 봄부터 가을까지 자라고 겨울(11~3월)에 꽃을 피워 열매 맺고 6월부터 7월에 걸쳐 수확한다.

비파의 기록은 약 1세기경 중국 후한시대(25~220년)의 서경잡기(西京雜記)와 조선시대 허준의 동의보감(1613년), 최한기의 농정회요(1830년)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이 따뜻한 남해안과 제주도에 주로 분포하는데 병해충 발생이 적은 시기에 열매를 맺고 자라므로 대부분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파의 재배면적은 약 13만ha인데 그 중 12만ha는 중국(92%)이 차지하고 있으며 스페인 3,700ha, 일본 1,820ha 순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101ha가 재배되고 있는데 그중 전남은 완도, 장흥, 여수, 고흥 등지에서 91ha(90%)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재배농가 200명 중 124명이 완도지역이라서 비파는 전남 완도의 특산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비파 열매는 황금색을 띄고 과육이 부드럽고 과피가 얇아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새콤달콤한 맛, 은은한 향과 함께 베타카로틴 등 기능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지바현에서는 매년 비파를 일왕에게 진상하는 헌상식(獻上式)을 개최함으로서 귀족과일로서 입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비파는 열매, 잎, 줄기, 종자, 꽃, 뿌리 등의 증류액(蒸溜液)을 약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용성이 매우 다양하다. 비파나무의 부위별 효능과 이용법을 살펴보면 과실은 폐(肺)에 기운제공, 흥분조절, 진해, 거담, 다이어트, 피로회복, 함암효과, 갈증해소에 이용한다. 은 생잎과 말려서 이용하는데 맑은 폐와 위의 기운유지, 가래를 삭이고 구토를 멎게 하며 지사제, 혈액정화, 신경통, 당뇨, 관절염, 항비만, 이뇨작용, 주독해소, 목욕시 피부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특히 통증완화 효과가 뛰어나 암환자의 ‘비파요법’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줄기는 구토, 식체 등에 이용하는데 생수피(樹皮)로 생즙을 내 복용하거나 달인 즙을 식혀 마신다. 종자는 기침을 멎게 하고 거담, 간 울혈해소, 항암(골수암), 부종해소, 멍울 치료에 쓰인다. 은 감기, 기침, 혈담의 치료에 그리고 뿌리는 몸이 쇠약해 허로(虛勞)로 인해 오래된 기침과 토혈, 유즙(乳汁)부족 등을 치료한다고 알려졌다.

2018년 농촌진흥청 조사결과 과실의 영양성분(가식부 100g당)은 수분 87.2%, 단백질 0.3g, 인 6mg, 칼슘 15mg이고 비타민 C는 사과의 5배인 7.5mg, 면역력 증가에 좋은 베타카로틴은 사과의 5.2배인 129㎍, 그리고 혈압조절과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칼륨은 167㎎을 함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파 잎에는 기억력 개선과 강력한 항산화 및 비만예방 효과가 있는 에피카테킨과 혈당조절에 도움을 주는 코로소린산, 항암·심혈관 질환에 예방효과가 있는 케르세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그밖에 우르솔릭산(항암, 항염증), 아미그달린(항암), 마슬리닉산(항염증) 등 여러 종류의 기능성이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비파의 뛰어난 약리효과와 남해안의 기후를 활용한 특화재배 가능성을 인지하고 199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하였다. 당시에 비파는 가정에만 심고 자연적으로 방치되어서 열매가 착과되지 않거나 소과(小果)생산이었다. 경제과수로 과수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30여년에 불과하다. 이는 온난화 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의 비파나무 유전자원을 도입하고 특성을 평가하는 등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2002년에 국내 최초로 과즙이 많고 맛이 우수한 고당도 ‘미황’, 2007년에는 과일이 크고 저장성 높은 ‘진왕’, 최근에는 과일이 등황색이고 수확시기도 10일정도 빨라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조아비’를 육성하였다. 또한 과실이 크고 당도가 높으면서 4월부터(60일 단축) 수확이 가능한 시설재배 기술을 농가에 보급,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필자는 농업연구직으로 임용된 후 줄곧 과수연구소에서 아열대 과수인 비파, 석류, 참다래 등 을 연구해왔다. 30년간 아열대과수의 불모지에서 비파를 대한민국의 특화과수로 육성하는데 미력하나마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비파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약리효과가 뛰어나고 맛이 우수한 품종의 육성·보급과 적극적인 홍보, 생과의 유통기한이 일주일 정도로 매우 짧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저장·유통기술의 확립, 다양한 가공식품의 개발, 그리고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생산-가공·유통과 연계한 연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비파 시장의 저변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건강의 섬 완도에서 시원 초여름의 맛 비파도 맛보고 수확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을 힐링하면서 전라도의 후한 인심을 담아가는 여유를 느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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