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신(완도읍)

오늘(29일) 아침 마을방송을 통해 이장이 태풍 피해조사 중이니 마을회관으로 나와 직접 양식장이나 농작물 등 피해신고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이 마을 안내방송이 마치 희롱하는 소리로 들린다. 여기저기 주변 도움을 받고, 일손을 구해 폭격 맞은 듯한 전답을 복구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될 시기가 되니 피해 신고를 하라니. 그동안 뭘 하고 있다가 1주일이 지나서? 뭐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태풍 피해를 살피는 공무원 한사람을 구경 한 적도 없는데,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서는 완도군 여러 지역에서 입은 태풍 피해를 걱정하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참 많기도 한 것 같아서 씁쓸하다. 며칠째 “완도”, “완도” 하면서 떠들어대는 언론에 비친 정치인과 관료, 공무원들의 얼굴이 정말 숱하게도 많았던 같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난 피해 신고를 안 할 것이다. 우리마을에서는 다들 나처럼 그냥 포기하고 말 것 같다. 이유도 조금씩 다르겠지만, 웬만한 피해는 신고를 접수도 하지 않고 무시하기 일쑤인 읍면사무소 공무원들의 태도도 들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세월이 지나도 이런 것들은 잘 변하지 않는다. 언제인가는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잘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쓰러진 과수나무를 바로 세우고, 자빠진 고춧대를 뽑는 한편 벗겨진 제초매트 씌우기 작업을 1주일동안 뼈 빠지게 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의 ‘피해’와 아픔은 누가, 언제쯤 조사를 하게 될까? 마을방송에 한바탕 심사만 요동치더니 심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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