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에 농작물은 타들어가고, 가축은 탈진 위기에 놓여 있다. 입추 지난 지도 한참인데 양식장의 어패류는 고수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역 농어민들은 불덩이 같은 폭염 피해를 최소화 하느라 밤잠을 설치며 들과 바다를 오가고 있다. 재앙이 따로 없다.

하지만 지역농협과 축협, 수협은 아직까지 폭염과 가뭄, 고수온과 전쟁을 치르는 농어민을 지원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아닌데…싶었는데 지역 주민들의 눈빛이 어느 새 사나와졌다.

지난 13일 오후 완도농협에서 자재판매센터 앞에서 만난 70대의 한 지역주민은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나 장마가 지면 지역농협이 가장 먼저 농민들을 돕고 나서는 것을 뉴스에서 많이 본다”면서 “그런데 완도 ‘썪을것들’은 뭣 때문인지 농협이나, 수협이나, 축협이나 농어민이 죽어나도 보고만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주민의 표현은 그대로 적기가 곤란할 정도로 거칠고 무거웠다. 그는 “농협이나 수협이나 축협이나 매 한가지로 농어민 위한 사업 하라고 나라가 돈 지원하고 있는데 뭐하는 것들인지”, “우리 출자금 모아 만든 조합인데, 지들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도통 모르고 산다”는 등 많은 말을 쏟아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 주민이 화난 듯 내쏟은 말들이 우리지역 농수축협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가장 쉬운 표현으로, 가장 간단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역 농수축협을 이끌고 있는 조합의 지도부가 그가 지적한 것들을 새겨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안성시 등 경기도지역 농협, 순천광양축협, 경인북부수협, 아산시축협 등 전국 각 지역의 농수축협들은 폭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농어민들을 방문해 가축영양제 등 약제 지원과 봉사활동을 적극 펴고 있다. 그들 모두 역시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뒷짐만 지고 폭염이 물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조합 관계자들도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어쨌거나 마음 불편할 그들이 이 것 하나만 기억해 주길 바란다.

농어민들은 농협이든, 수협이든, 축협이든 수익 많이 남기는 조합보다 진정으로 조합원을 위하는 조합이 되길 바란다는 것을.

저작권자 © 완도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