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 편집인

제8대 완도군의회가 2일 오전 의장단 선출 등 원 구성을 마치고 사실상 개원했다. 그런데 이날 첫 걸음을 내딛은 제8대 군의회는 그 시작부터 반칙을 앞세우고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완도군의회는 원 구성을 위한 사전 협의를 전체 의원 9명 중 무소속 의원 두 사람을 뺀 민주당 소속 의원 7명끼리만 진행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실시한 의장과 부의장 선거는 물론 의회운영위원장과 행정자치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 등 3석의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사전 밀약대로 소속 의원들이 5석을 독식하는 몰염치스러운 행동을 실행했다.

투표에 앞서 한 무소속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서 일부 지역신문에 기사화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사전 내정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그 뿐 이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무소속 의원은 원 구성 투표에 기권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뒤 실제로 모든 투표를 하지 않았다. 또 다른 무소속 의원도 의장 선출 투표를 제외한 나머지 투표에 기권함으로써 민주당 의원들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 때문에 축하와 박수를 받으며 출발해야 할 제8대 완도군의회의 체면과 꼴은 엉망이 됐다. 동료 무소속 의원들이 투표하기를 거부한 가운데 모두 다섯 차례의 투표를 반복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표정은 곤혹스러움에 시종 굳어 있었다. 일부 방청석에서는 비아냥거리는 말들도 새나왔다.

조인호 의장은 원 구성을 마친 뒤 “오늘부터 동료의원이라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말로 무소속 의원들과 협의를 갖지 않은 사실을 변명하려 했다. 그런데 ‘오늘부터 동료의원이라서 무소속 의원들과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니…이게 무슨 소리인가. 설마 전반기와 후반기 완도군의회 의장단 내정자 명단을 당신네 민주당 군의원 7명만이 안다고 생각하는지?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는 본래 형식에 불과하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및 상임위 배정 등 원 구성은 의원 상호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그 협의를 모두 마친 뒤에 실시하는 투표는 사전에 교섭단체 또는 의원 간 약속에 따라 실시하는 형식일 뿐이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지켜온 약속이다. 오랜 세월 우리 정치권이 삐그덕거리면서도 그 틀을 유지해 온 불문율이고 관례이다. 이 관례 때문에 특정 정당이 의석의 과반을 넘은 경우에도 의회직을 독식하지 않았다.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에게도 의석수만큼의 의회직을 안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완도군의회 의원 중 유일하게 3선에 성공해 전반기 군의장직을 맡게 된 조인호 의장이 이런 관례와 불문율을 몰랐다? 못 믿겠고, 또 이해할 수 없다. 전체 재석의원 9명의 완도군의회 의원들이라면 전반기와 후반기 각각 2년간을 임기로 하는 의회직을 누구나 다 한 번씩은 맡아 일할 수 있는데, 8대 군의회를 새로 출범하면서부터 반칙과 비신사적인 운영을 시도한 진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지금은 7월초. 적어도 시기적으로는 집단으로 더위 먹을 때가 아닐진대…무엇을 위해서, 왜, 7인의 용감한 군의원들은 변수 없는 원 구성 선거에 스스로 똥물을 뒤집어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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