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 편집인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지난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이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4월 25일 시·읍·면의회의원선거와 5월 10일 시도의회의원선거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가 벌써 시행 66년이나 됐다니 놀랍다.

지방선거는 1956년 8월 시·읍·면장선거까지 치러 기초자치단체 민선단체장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러다가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지방자치제를 전면 중단함으로써 이후 30년간 지방자치 없는 중앙집권 시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1991년 3월 부활 이후에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렇게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실시한 이래 올해로 제7회째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시대는 과연 온 것일까. 지난 66년간 뿌리를 내린 이 땅 위에서 온전히 꽃 피우고 있는 것일까. 또 국민들은, 현 시대의 많은 인류는 왜 이런 형태의 오랜 역사적 제도를 다시금 시행하려 애쓰고, 이를 ‘혁신’의 개념으로 재해석하며 열광하는 것일까. 지방자치를 삼권분립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지방분권=권력균점을 의미한 때문일까. 재정·사무·조직·인사·입법 등 행정 전반에 걸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적정한 권한배분이 이루어지는 지방분권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 최적합한 제도라는 인식이 과연 옳은가. 궁금하다.

지난 66년간의 선거에서 우리는 ‘지방자치제도’ 혹은 ‘지방분권’의 의미를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그것이 갖는 신성한 의미라거나 혹은 그 몇 장의 투표용지 속에 무거운 뜻에 대해서…. 투표지 위에 냅다 찍은 빨간 인주보다 붉은 피로 범벅이 됐던 민주화 투쟁의 역사에 대해서 잠시 잠깐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몇 번인가. 우리 동네 사람이라서, 우리 읍면 출신이라서, 우리 문중 조카라서, 우리 학교 동문이라서…같은 이유 말고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를 나름의 잣대로 고민해 투표한 적이 없었던가.

권력은, 아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은 집중하려는 속성이 있다. 천칭과 같은 완벽한 균형은 불가능하다. 균형이 깨진 권력은 빠르거나 느릴 뿐, 강한 쪽으로 쏠린다. 힘이 극단적으로 쏠린 권력은 부패해 스스로 무너진다. 그런 점을 제도화 한 지방자치제는 힘을 분배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꽤나 효과적일 것이다. 지방자치제는 자본과 기술, 정보를 매개로 해 중앙과 지방이 수직적 상하관계를 갖는 대신에 지역과 지역간 수평적 결합을 통해 상호 공생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균형추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정책을 만들거나 제도를 정비하고, 예산을 세우거나 변경하는 등의 제반 행정과 정치 행위에 대다수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할 수도 있게 한다.

이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제도를 고무신이나 막걸리로 쉽게 바꿔먹었던 어리석음 때문에 우리의 지방자치는 그동안 더디게 진행돼 왔다. 우리는 스스로 투표를 통해 대다수 국민과 유권자의 반대편에 선 권력자에게 힘을 대리토록 하는 그릇된 결정을 했다. 힘 있는 자에게 더 힘을 부여하고,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제도를 만들도록 결과적으로는 방관했다. 탐욕에 찬 그들을 보호하는 법령을 만들도록 합법화를 용인하거나 방치했다. 바로 선거를 통해서, 투표로써 우리가 그랬다.

힘에 관한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이제 권력이나 군사력뿐만 아니라 자본이나 기술, 정보가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로 변했다. 자본이나 기술, 정보는 더욱 빠르게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반면에 자본과 기술, 정보의 독점과 집중을 막을 수만 있다면 사회 시스템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균등하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일거에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바로 그 투표를 통해서.

정신 똑바로 차리자. 우리에게 주어진 투표지는 이렇게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당신은 이번 선거 투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을 개선하고, 후대의 미래 결정할 수 있는 무서운 힘, 그 소중한 한 표를 어디에 쓸 것인가. 제대로 선거 치를 준비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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