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천(서울대 정치학 박사)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청산도를 가본 군민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생각해 보자. 육지 사람들이 몰려오는 청산도에 정말 대단한 경치가 있고 볼거리가 있는가? 적어도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별로 특별한 것은 없다.

신지도 작살기미나 통영시에 있는 예쁜 섬들, 신지 명사십리 같은 좋은 해수욕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완도 체도의 오봉산 같은 멋진 산도 없다. 그저 우리나라 1960~70년대의 고즈넉한 시골 농어촌 풍경, 즉 돌담과 골목, 논밭, 모래밭 해변, 나무도 별로 없는 돌산이 있을 뿐이다.

전에 필자가 청산도의 인기의 근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겨우 한 가지 발견한 것은, 청산도에는 경지정리된 논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군집행부와 주민들은 연간 수십만이 찾는 청산도를 자랑하면서도, 기회만 있으면 뭔가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을 짓고 도로를 뚫고 마을길을 콘크리트로 덮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그래서 청산도에 들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섬의 특징을 살리면 관광객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충고하였다.

이제 완도군 전체로 시선을 돌려보자. 완도군의 각 지역에 유럽이나 북미, 남미, 중국 등의 보기에 숨 막히는 장대하고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가? 우리나라 다른 남해안이나 서해안, 동해안의 경치를 능가하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가? 필자는 결코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렇게 특별하게 빼어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완도를, 청산도를, 신지도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은 그저 소박하고 시골스러운 완도만의 풍경에서 힐링(치유)을 만끽하고 산소음이온을 호흡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소박한 완도의 풍경, 완도만이 팔 수 있는 힐링의 경관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줄기차게 파괴해 왔다.

필자가 보기에 완도군청에는 경관 문제와 관련하여 정말 바람직한 조례와 부서와 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완도군 경관 조례’와 지역경제과의 ‘경관관리팀’, 그리고 각 읍면의 ‘「좋은 경관 만들기」팀’이다. 이 좋은 체계를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 경관 조례에 따르면, “군과 완도군민은 경관이 자연, 역사, 문화와 주민생활, 경제활동 등과의 조화를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경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과 건축물 신축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군수는 경관을 해치거나, 향후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를 하는 자에게 훼손행위 중지와 주변경관과 조화로운 개발행위를 하도록 적극 권장하여야” 하고, “경관계획을 수립하거나 시행을 할 때에는 군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군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래서 “군수는 각종 개발행위 인·허가 시 경관관리계획 내용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경관 조례의 시행규칙은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긴급한 것은 완도항 일원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의 마련이다. 경관조례를 통해 완도항 주변의 건물, 특히 아파트의 높이를 규제해야 한다. 이 아담한 항구에 20층 이상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큰 문제이다. 늦었지만, 완도관광호텔 쪽 한두 군데 건립하는 것으로 그치게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완도항을 상징하는 천연기념물 28호인 주도 주변의 건물은 현재의 높이를 넘어서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 바로 이 순간에도 사업자들이 주도 바로 옆(1부두)이나 앞에 고층 아파트를 건축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경관 조례를 통해 더 이상의 매립도 규제해야 한다. 해안선이 원형대로 남아 있다면 정말 뛰어나게 아름다웠을 주도 주변 바다가 경관개념이 없는 매립으로 인해 ‘둠벙’처럼 변해버렸다. 장기적으로는 치밀한 조사와 용역연구를 통해, 완도항의 경관에 가장 어울리는 건물의 외형, 높이, 색깔까지도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자연경관의 관리에 대해서도 우리 군 나름의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군청 경관관리팀은 관내의 주목할 만한 모든 경관에 대해 경관적 장점과 특징을 등급화 하여 모든 개발·이용 행위에 대해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완도 체도에서 바다 전망이 가장 뛰어나고 겨울 기온이 따뜻하며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를 ‘완도 폐기물 종합처리장’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일, 그리고 황진리·양지리·작살기미의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경관은 ‘관광완도’의 인프라이다. 경관이 곧 완도 군민 전체의 돈이다. 완도의 발전을 위한 큰 포부를 가진 6기 군수가 ‘관광완도’의 인프라인 경관에 대해서도 미래에 길이 남을 비전을 갖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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