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완도군청에서 열린 ‘2017 청정완도 가을빛 여행’ 추진위원회에 참석한 한 민간단체 위원이 던진 질문이다.

그가 던진 질문에 담긴 참 뜻은 ‘가을빛 여행이 관광객을 위한 축제인가, 아니면 지역주민을 위한 축제인가’를 군 담당자에게 묻는 것이었다. 군 담당자는 이에 “둘 다 맞다”는 모범답변을 했다. 실제로 완도군청이 준비한 추진계획 문건에도 축제 방향을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힐링을 주는 행사’로 추진하겠다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추진 방향이란 것은 기실 ‘특색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답답하다. 특색 없는 지역축제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몇 년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의 지역축제가 갈수록 늘어 1천개에 육박하고 있다고 집계한 바 있다. 이 중 전통성과 독창성을 살린 축제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날 질문을 던진 청년단체 대표자의 물음은 이런 근본적 고민에 기반한 질문이었으나 축제의 성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적 없는 공무원은 가벼운 웃음을 섞어 현문에 우답을 하고 말았다.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중소 지역축제를 무분별하게 진행하고, 단기 실적 위주의 행사에 매달림으로써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들은 지역축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홍보를 통해 지역 특산품 가치를 높여 경제적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또, 축제로 공동체 의식을 키워 주민 통합성을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주장대로라면, 지역축제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특산품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석삼조의 만병통치약이자 최고의 정책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1천개 넘는 지역축제 중 꾸준히 관광객들로 호평을 받는 축제는 전국의 지역축제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역 독자성이나 정체성(Identity)도 없고, 나아가 차별화된 재미도 없는 축제를 보기 위해 두 번씩 헛걸음 할 관광객이 얼마나 되겠는가.

때문에 지역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홍보를 위한 것인지, 지역특산품 판매를 위한 것인지, 축제 자체의 관광 상품화를 위한 것인지, 지역공동체의식을 다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지역문화와 지역의 역사 보존과 계승을 위한 것인지. 축제의 목적과 성격부터 먼저 규정해야 한다. 그런 후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때에도 특히 국내외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지역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가꿔온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창적 아이디어를 찾아내려는 담당자의 고민과 전문가적 마인드는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가을빛 여행’축제 뿐만 아니라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나 장보고수산물축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고, 향후 축제 계획을 세울 때마다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대행업체 한 곳 선정해서 편성예산 범위 내에서 알맹이 없이 적당히 치루는 그렇고 그런 축제를 하려거든 당장 멈추라. 차라리 축제의 성격, 내용 모두를 전문가가 참여하는 축제추진위원회에 위임하라. 위임한 민간축제추진위원회가 자생력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힘써 지원하라.

물론 민 주도의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축제 프로그램을 나눠먹기식으로 쪼개 진행 할 수 없도록 지역민간단체 대표자들만이 아닌 전문가그룹과 관심 있는 지역주민이 다수가 함께 참여하는 제대로 된 축제추진위원회가 구성되도록 잘 관리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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