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영호(시인․완도문인협회 회원)

신발을 벗다가

빠끔히 올려다보는

엄지발톱과 마주쳤다

오늘같이 긴한 자리에서

부리는 심술에 당황하다가

나는, 이내 숙연해졌다

 

깎고 다듬지 않으면

언제고 튀어나오는 것이

어디 발톱뿐이랴

원래 밑바닥에 사는 것들은

스스로 웅크려 들다가

때가 되면 반드시 들이미는 법

 

황망히 짝을 바꿔보아도

하얗게 치뜬 눈을 잠시 감았을 뿐

들여다보면 저 깊은 곳에

옹기종기 똬리 틀고 있는 눈들을

모른 체 외면해 왔던 것을

 

신발을 벗다가

내가 돌보지 않은 만큼

나를 돌봐 주지 않을

습하고 냄새나는 밑창에

웅크려 사는 것들을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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