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 발행인

지난 주 발행된 본지 7면에 개재한 기사인 ‘향토산업 비파, 일반재배농가 지원에 소홀’에 대해 두 차례 항의전화를 받았다. 관련 기사는 완도군의회 군정질문에서 질의된 내용이었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본지는 관계기관의 답변서는 물론 추가 확인과 취재를 통해 해당기사를 출고했던 터다.

전화로 들은 주된 항의 내용은 ‘기사 중 영농조합법인에 지원된 예산을 국비와 지방예산 지원 규모만 표기하고 자부담 예산은 표기하지 않았다’는 것과 ‘지원총액이 자부담 예산을 포함한 것으로 표기됐다’는 것이었다. 항의전화를 걸어온 분은 이 같은 이유를 들면서 시종 반말과 거친 표현으로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분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기사에 표기된 예산액은 법인 측 자부담액을 뺀 순수한 국비 및 지방비 지원예산총액이기 때문이다. 기사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정정보도를 해 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칠 즈음 그분은 다시 “정부의 모든 사업이 선택과 집중 전략인데, 한 곳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니.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박정희정권 시절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 이래 중공업 집중정책, 대기업 집중정책, 무역 집중정책 등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 낯선 이름 아래서 우리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 희생하는 삶을 살았던가.

‘선택과 집중’이 조기에 결실을 거두기에는 확실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필연적으로 선택되어지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들을 더 많이 양산하는데 문제가 있다. ‘선택과 집중’이란 말 뒤에는 ‘선택받지 못한 자’와 ‘소외’라는 말이 고스란히 숨어있다. 이는 소수의 성공을 통해 다수의 성공을 선도한다는 논리이다. 이에 동의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사람들이 오늘날 얼마나 될까.

저변을 단단히 다지지 않고 이룬 고층탑은 빠르게 세운 만큼이나 쉬 무너지기 십상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이루기 전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채택되었던 이 전략은 선택된 소수에 이른바 몰빵을 하는 일이다. 다행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 좋겠지만 실패하면 재기를 도모하는 일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몰빵이 성공한 뒤 크게 얻은 파이라도 공정하게 분배된다면 좋은데, 현실경제는 늘 거대해진 자본이 오히려 작은 자본을 빨아들이기만 한다는 점도 문제이다.

농업과 어업, 축산업 등 1차산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용한다면, 단언컨대 농어촌은 다 망하고 말 것이다. 완도경제도 다르지 않다. 전복양식장은 가두리 수 천 칸씩을 하는 어가 몇몇이 남고, 다시마양식장은 유통망까지 확보한 또 다른 몇 어가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 그 뿐 아니다. 비파와 황칠, 유자농사를 짓는 농가들 중에서는 수 십 헥타 이상의 거대농장을 가진 법인 및 개인 몇 사람만 남아서 무너진 우리 농어촌을 지킬 수도 있다. 영농기술과 자본에 앞서 있는 선도농가 비파와 유자라고 해서 소규모 영세농어가의 비파와 유자가 다 팔리고 나서 시장에 내다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전략은 풀어 말해 소수의 집중 발전 때문에 다수가 경쟁력을 잃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번 참에 완도군과 완도군의회가 세계에서 고르게 잘 사는 나라들이 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왜 소기업과 소상인을 지원하고 나섰는지 한번쯤은 심각히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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