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석(완도군민신문 편집국장)

완도전복 중국 수출길이 갑자기 열렸다. 완도전복주식회사는 이미 한 차례 활전복 냉동육 6톤을 중국에 보냈고, 다음달 8톤을 다시 내보낼 예정이다. 완도전복주식회사는 냉동전복 20톤의 별도 수출오더까지 받아 매일 야근을 해도 일손이 부족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전복을 취급하는 관내 개별 유통업체 4~5 곳에서도 다양한 완도전복 상품을 최근 중국으로 각개약진하며 중국 수출길 선점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수출시장 선점에 눈이 뒤집힌 관내 몇몇 개별 유통업체 각 단위들이 개별적으로 앞 다퉈 덤핑 출하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덤핑 수출의 못된 광풍은 예상 외로 거세 완도군과 전복산업협회, 전복유통업체 등 관련업계가 함께 공동으로 약속한 ‘적정단가 준수’ 자율협의 결과를 무색케 하고 있다. 모 업체는 컨테이너 하나를 실어 보내면서 400만 원의 마진만 보았다더라. 또 다른 어느 업체는 컨테이너 하나에 600만 원의 마진을 남기고 보냈다가 선별 과정에서 남은 사이즈를 처분하지 못해 수조에서 썩어 크게 손해를 보았다더라. 전복 중국 수출과 관련한 업계의 이전투구에 관한 여러 ‘설’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안주거리가 될 정도로 흉흉하다.

‘자기 살 파 먹기’의 잘못된 광풍은 어민들에게도 희생을 강요시키고 있다. 덤핑수출을 위해 업자들이 여전히 낮은 가격으로 생산어민들의 전복을 사들여 제값을 못 받는 현장의 저가구매 행태는 전복 수출이 본격화 되도록 가격 인상의 발을 묶어 생산성 하락 속에서 힘겹게 버텨 온 어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사태 추이를 관망하던 완도군이 나서 자정과 협력을 통한 상생의 길 찾기를 먼저 권유했지만, 이것 역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군은 결국 ‘전복수출업체등록제’라는 새로운 제도 마련에 나섰다.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이 제도를 통해 군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바람직한 전복수출의 시스템을 구축해가겠다는 입장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실 전복 중국 수출이 성사된 요인을 굳이 따지자면, 이것은 중국 내부의 요인 때문이지 우리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전복 중국 수출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측면도 있다. 수산양식장이 집중돼 있는 중국 동해 연안에서 기름 유출사고와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해양 오염과 바이러스 발생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이유로 어느 날 중국의 시장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완도전복 대신에 중국으로 새로운 눈을 돌린 일본이 어분 사료로 먹인 중국산전복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 다시 완도산 전복으로 수입처를 재조정하기를 원하고, 일본으로부터 오더를 받은 중국의 바이어 역시 중국전복의 높은 시장가격과 품질 저하 때문에 완도전복을 구입해 보내는 것이 훨씬 이득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난 데 없는 지금의 상황이 빚어진 것이라는 것을 다 안다.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한·중FTA 체제 속 완도전복 수출, 아니 완도 수산물 수출체계가 성공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상대를 압박하는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비교우위의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중국 수출 초기부터 무분별하게 저가공세를 펴지 말고, 중국의 수산물과 서로 다른 차이를 경쟁력으로 앞세우는 차별화 방안과 정보공유를 해야 한다. 다시 지적하건대, 덤핑이 더 이상 완도 수산물 무역의 관행이 돼서는 안 된다. 이를 고착화 한다면, 중국 수출은 완도수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독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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