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창(완도군어촌민속전시관장)

평소 드라마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어떤 드라마가 인기가 있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군대생활하면서 주로 썼던 ‘~지 말입니다.’라는 말투가 여기저기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다 한참 후에야 귀띔을 해줘 최근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 주인공이 썼던 말투가 유행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문화콘텐츠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유용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지역을 알리고 주민의 소득증대와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키는 일은 우리 앞에 놓인 화두다.

민선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자치단체장들은 임기동안에 업적을 남기기 위해 드라마나 영화 제작을 위한 촬영지를 유치하는 일에 경쟁적으로 매달렸다.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게 되면 덩달아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서둘러 만들어놓은 이들 세트장은 애물단지로 변해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난 2004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해신’의 높은 시청률 덕분에 방영기간 동안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 경험을 갖고 있다. 부랴부랴 세트장 가까운 곳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장사를 위해 편의시설이나 식당, 특산품 판매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여 만든 세트장은 처음에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냉정하게 손익계산서를 튕겨보니 결코 이득이 아니었음이 드러나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열기가 식어 뇌리에서 잊혀지면서 많은 돈을 들여 지어놓은 세트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낡아지는 시설물의 보수와 관리를 위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많은 예산을 들어갔다. 결국 시설물이 너무 낡아 언제라도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린 세트장은 많은 예산을 들여 철거되면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얼마 전 완도군과 한국방송이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완도군은 KBS가 우리나라 방송사상 최초로 중국CC-TV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드라마 『임진왜란』에 제작비 1억원을 KBS에 지원할 예정이다. KBS는 완도군에 산재한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를 집중적으로 촬영하게 되고, 예고방송에서 완도군의 제작지원 자막을 80여회 단독 고지하게 된다.’면서, ‘방송은 오는 9월 『방송의 날』을 기념하여 KBS 대 기획으로 방송되며 한국의 시청자와 중국의 8억 CC-TV 시청자가 같은 시간대에 시청하게 된다.’고 밝혔다.

드라마 촬영은 이순신 장군이 활약했던 우리 지역의 유적지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 이 드라마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된다는 점은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몰려들고 있는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들을 우리 지역에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기회가 늘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아니다. 지난 경험을 되살려 이번 기회를 잘 붙들어야 한다.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고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아당기는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관광객들이 다시 촬영지를 찾아 머물 수 있게 하는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등이 필요하다. 이순신 유적지를 연계하여 드라마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요우커들의 관심을 끌어내 보자.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이 관심을 끌만한 볼거리가 없어 사진 몇 장 찍고 아쉬움을 남기면서 발길을 돌리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곤란하다. 관광상품을 사업화하는 일에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할 것 같다. 좋은 기회를 준비 부족으로 허둥대다가 그냥 날려버린다면 또다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려 관광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고 지갑을 활짝 열리게 할 대박 관광상품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머리와 손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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