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창(완도어촌민속전시관장)

얼마 전 주말에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봄나들이로 여수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섬에 사는 사람이 섬 구경을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은 일이다. 더구나 나는 이미 삼 년 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한 번쯤은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찾게 된 것이다.

2010년에 처음 바깥 세상에 알려져 지금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트레킹 코스로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금오도로 들어가는 항구는 붐비고 있었다.

오랜만에 봄바람을 쐬면서 기억에 남을만한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실컷 눈에 담아올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마지막 5코스로 향했다. 한 시간 정도의 트레킹은 종착지인 장지 마을에서 끝났다. 택시를 불러 다시 신기항으로 되돌아와서 돌산도로 돌아오는 철부선에 몸을 실어 금오도 비렁길을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다.

금오도 사람들은 무척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여수 남쪽 바다에 떠있는 37개 섬으로 이루어진 금오열도의 중심인 금오도는 여수시에서 추진하는 다도해 해상관광 개발에 따른 관광 산업 발전과 관광 소득 증대, 섬 지역 개발 잠재력의 극대화, 교통 여건 개선 등을 위해 섬과 육지를 19개의 연결하는 ‘다리 박물관’ 사업의 대상 섬이었다.

금오도 주민들은 사탕처럼 달콤한 연육교 설치공사의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섬으로 남는 쪽을 선택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육지와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었다. 예산 조달의 어려움과 관광객들이 쓰레기만 남기고 가고 주민들 사이의 인심만 사나워지는 다른 지역의 좋지 않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섬으로 남아 있는 것이 먼 장래를 위해 더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 대신 금오도 남쪽에 붙어있는 안도와 연도교를 놓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2010년 봄에 마을 전체가 남쪽을 바라보는 금오도 장지 마을에서 안도를 잇는 360m의 복합엑스트라도즈교 형식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안도대교가 완공되어 마을의 명물이 되었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 생활편의 등을 명분으로 다리를 놓는데 찬성하는 주민이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금오도 주민들은 오랜 숙원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먼 장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지난 2013년에 브라질의 조그만 섬 페르난도 지 노롱야(Fernando de Noronha)에 사는 사람들이 개발을 제한하는 어려운 선택으로 환경보전에 힘쓴 이야기를 텔레비전에서 보고 크게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프로그램은 섬을 꼭 인공적으로 개발해야만 돈을 많이 벌어들인다는 사고의 틀을 깨고 불편하고 힘들지만 섬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꾸면서 오랫동안 보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은 섬을 보존하기 위해 개발하지 않았고,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을 버렸으며, 섬 인구가 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해서 섬 환경을 지키고자 애썼다. 주택허가는 무조건 단층이고 신축은 불가능하며, 건물 개보수도 자재 반입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달가워하지 않은 정책으로 섬의 크기에 맞는 적정선 이하로 관광객을 통제하기 위해 체류하는 모든 관광객은 매일 43헤알(14,360원, 1헤알=약 334원)의 떼뻬아(TPA - 환경보존세)를 내도록 했고, 기간은 5일로 제한했다.

앞서 소개한 두 지역의 사례는 섬으로 이루어진 우리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섬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켜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불편을 참아가면서 섬과 바다를 깨끗하게 보전하는 것이 먼 장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발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는 어떤 선택이 먼 장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인지 함께 곰곰이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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