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성(강진군)

 

1989년 학술조사 차 완도 보길도를 처음 방문하였다. 지금은 슬로우시티로 전국에 알려진 청산도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 부용동이 있는 보길도가 관광 측면에서는 완도를 대표하는 섬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석양 무렵 예송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갯돌해변과 상록수림은 다도해의 풍광과 타는 듯한 붉은 노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왠지 완도를 생각하면 나의 고향인 강진과 지척인 탓도 있지만 첫 인상이 생각나 고향 같은 포근한 느낌을 받곤 한다.

언젠가 고금도에 낚시를 간 적이 있었다. 가교리에서 철선을 기다리다가 아주머니가 파는 좌판대의 건어물에 관심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는 도중 ‘이곳도 옛날에는 행정구역상 강진 땅이었다’고 했다가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왜 여기가 강진 땅이었냐’고 얼굴에 홍조까지 띠면서 화를 내신다. 아차 싶어 부랴부랴 뒤돌아서면서 웃음이 나온다. 역사를 모르는 저 분의 입장과 애향심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헌상 1896년 2월 3일 신설한 완도군으로 강진군에 속해있던 5개 도서인 고금도·조약도(약산)·신지도·완도·청산도를 넘겨줬으니 그 아주머니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일에 대해 왈가왈불 하니 자존심이 상했을 법 했다.

흔히 21세기는 해양시대라고 한다. 이는 주로 바다를 끼고 있거나 섬을 보유한 지자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문구라고 할 수 있다. 농업 도인 전라남도가 2014년 2월 25일 도내 섬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하여 섬 관광 활성화 워크숍을 개최하였는데 때 늦은 감은 있지만 고무적이지 아닐 수 없다. 도가 역점 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도해 명소화 사업, 섬 마을기업 컨설팅사업, 테마섬 개발 사업 등은 지역민들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어 활성화되길 바란다.

이제 완도는 2017년 말이면 장보고와 이순신 등 해상 영웅들의 기상을 표현한 ‘청해대교’(가칭)가 완공될 것이며, 이 대교는 강진군 마량면~완도군 고금면~신지면~완도읍을 잇는 해안 일주도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만큼 관광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섬은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덜 때 묻고 덜 개발된 곳이기도 하다. 이를 잘 활용하여 고부가 가치의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21세기는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관광의 형태가 과거의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 ․ 환경친화적 관광 ․ 체험관광 형태로 변모되고 있다. 또한 주5일 근무제도가 정착화 되면서 관광수요의 증가를 일으키고, 체류형 체험관광객을 증가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큰 소득을 올리려 하지 말고 먼 미래를 보고 로드랩을 만들어야 한다.

굳이 거론은 않겠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고도 실패한 사례들을 거울삼아야 한다. 완도·강진·해남·진도 등 인근 지자체와 상생의 길도 함께 모색해나가 더불어 잘 사는 서남해안시대를 열어야 한다.

섬은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위안과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완도의 12개 대표적인 섬 중 금당도만 가본 적이 없다. 유난히 겨울바다를 좋아하기에 올 겨울이 가기 전에 그 섬에 한번 꼭 가서 흠껏 바다 냄새도 마시고 다도해의 멋진 풍경도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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