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으로 배우는 완도③

 

부용동은 보길면 부용리에 있는 윤선도의 별서정원이다. 별서정원(別墅庭園)이란 세속의 벼슬이나 당파싸움에 야합치 않고 자연에 귀의해 전원이나 산속 깊숙한 곳에 따로 집을 지어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려고 만들어 놓은 정원을 지칭한다. 고산은 보길도 부용동에 은거하면서 연못 등 자연미가 돋보이는 우리나의 대표적인 전통정원 부용동을 만들어 한 시절을 보냈다. 51세인 그가 병자호란 발발 후 12년 세월을 보낸 터이다.

당쟁으로 부침이 심한 시절인 조선시대의 유적인 이러한 별서정원은 각처에 산재해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양산보의 담양군 남면 소쇄원(瀟灑園), 정약용의 강진군 도암면 다산정원(茶山庭園)이 대표적이다. 다산정원은 다산초당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세워져 있다면, 소쇄원은 계곡과 시냇물, 숲을 불러들여 정원을 만들었고, 부용동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보길도 선경 속에 연못과 돌, 나무를 인공으로 가꿔 자신만의 작은 선계(仙界)를 조성했다.

고산은 보길도 격자봉 북쪽 기슭에 에 낙서제(樂書齊)를 지어 기거하고, 동구 밖 계류가 흐르는 곳에 방지 두 개를 축조해 저 멋들어진 정자 세연정(洗然亭)을 세웠다. 그리고 마주보이는 곳에는 다시 동대(東臺)와 서대(西臺)를 쌓았다. 뿐만 아니라 방지 속 방주(方州)와 옥소암(玉簫岩)을 앉혀 경관을 돋보이게 했으며, 한쪽 방주에는 연정고송(然亭孤松)을 심어 멋을 더했다. 이 방지에서 그는 악공을 불러 뱃놀이까지도 즐겼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창작된 것이 어부의 춘하추동을 표현한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이다.

지금도 여전히 선계와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부용동. 정철·박인로와 더불어 조선 3대 시가인(詩歌人)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풍류객 고산은 이곳 부용동을 통해 시쳇말로 우리 전통정원이 보여 줄 수 있는 멋과 풍류의 끝을 보여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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