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성/ 강진 작천면사무소 주민복지팀장

 

작년 가을쯤이었다.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들이 작천에서 메뚜기축제를 한번 해봤으면 하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구체화된 실체가 없었고 주최(주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면민들은 마늘농사를 많이 하는 면 특성상 농번기여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고 금년 들어 축제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자 면민들의 반응은 약간 엇갈리기 시작하였다. 작천이라는 터가 생기고 처음 하는 축제이니 잘 해보자는 이, 마늘농가를 생각해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이 등등...

여하튼 축제를 추진하면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 메뚜기축제를 개최하고 있던 수범적인 지자체를 현장 견학하면서 오히려 위원들은 막막하기만 했다. 정비된 축제 장소도 없었고 모든 기반시설은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다. 주행사장 예정지인 전라남도축산연구소 친환경체험목장은 이런 저런 사유로 쾌적한 환경에서 축제를 개최할 분위기가 아니었고 죽현마을 체험장은 주차장은 커녕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미 예정된 축제를 무작정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는 일, 먼저 기간이 필요한 고구마․땅콩 밭을 조성하고 주행사장에서 체험장 가는 길이 0.6Km 정도 떨어져 있어 이동간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코스모스․해바라기 꽃길 조성을 위한 파종을 마쳤다.

이후 3개월 동안 허수아비․바람개비길 조성, 30여개에 이르는 체험․부대행사를 확정하고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등 축제위원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여름 무더위와 추석연휴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렸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정말 우려했던 건 과연 접근성이 떨어지고 처음 하는 축제여서 잘 알려지지도 않은 축제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올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축제가 다가올수록 각지에서 축제정보를 얻기 위한 문의 전화가 수시로 있었고 언론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은 높아갔다.

그러나 9월 29일 오후부터 30일 오전 사이에 내린 비로 축제장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부랴부랴 배수를 하고 모래․자갈을 뿌리고 포장과 부직포를 깔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참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축제당일 축제 관계자들은 새벽부터 나와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마치고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개막식 한 시간 전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행사장은 금세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정말 대박을 터트린 분위기였다.

정말 열심히 한 대가를 보람으로 받는 순간이었다. 괜히 축제를 해서 지역사회에 분열만 남기지 않나 우려했던 점이 순식간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작천이라는 터가 생기고 가장 사람이 많이 모였다’거나 ‘이렇게 성공적인 축제가 될지 몰랐다’거나 ‘적은 예산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말들을 들으면서 아직은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도 있었고알면서도 미처 준비를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 힘을 보았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작천면 황금들 메뚜기축제가 해를 거듭하며 친환경 체험축제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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